“농사 지어도 빚만 쌓여” 전국서 상경한 농민들, 국회 앞 대규모 집회

경찰에 가로막힌 트랙터·이양기 상경 행렬, 마포대교선 기습 시위도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농민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7.4 전국농민대회에서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 반대, 기후재난 무대책, 쌀값폭락 방치 등 윤석열정권의 농업파괴 농민말살 정책 규탄하며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04 ⓒ민중의소리

전국 곳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4일 국회 앞에서 ‘농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상기후와 생산비 폭등으로 농산물 생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수입 농산물 확대 정책까지 더해져 소득이 크게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농·축산물의 수입 문턱을 낮추는 관세 면제 및 인하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내 농산물 가격도 덩달아 하락하면서 농민들에게 큰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8개 농민단체가 모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7.4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부 농민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상복을 입은 채 사과와 양파 등 농산물에 근조 리본을 두른 손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고, 손으로 꾹꾹 눌러쓴 “농사지어 먹고 살겠나. 윤석열 규탄”이라고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농민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7.4 전국농민대회에서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 반대, 기후재난 무대책, 쌀값폭락 방치 등 윤석열정권의 농업파괴 농민말살 정책 규탄하며 근조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7.04 ⓒ민중의소리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김창수 회장은 “올해 마늘은 따뜻하고 습한 겨울을 견디지 못해 갈기갈기 갈라져 벌마늘이 됐고, 병충해가 심각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바쁜 봄날을 보내야 했다”며 “하지만 우린 지난 1일 피와 땀이 어린 마늘을 모두 길바닥에 내던지고 밟아 으깨버려야 했다. 마늘 1kg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4500원도 모자랄 지경인데 경매가는 3830원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정책에 실패해 생산비는 오르고, 재해 예방을 못해서 수확량은 줄어드는데 왜 책임은 농민들만 져야 하나”라고 규탄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남종우 회장도 “올해 양파 20kg 소매가는 1만 3천원이었다. 농민들이 흘린 피와 땀의 가치는 물론이고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라며 “지난해 들어온 수입 양파가 우리 양파 가격을 파탄 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국쌀생산자협회 김명기 회장은 “45년 만에 최대로 쌀값이 폭락했던 게 재작년 일인데, 올해도 다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0kg에 5만 4천원이 넘었지만, 지금은 4만 6천원으로 추락했다”며 “이대로는 농사도 다 접어야 할 지경인데, 5% 저관세로 매년 들어오는 40만톤의 TQR 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래놓고도 (관료들이) 오늘 점심 쌀밥을 먹었을 생각을 하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농민들이 4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에서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 반대, 기후재난 무대책, 쌀값폭락 방치 등 윤석열정권의 농업파괴 농민말살 정책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하자 경찰이 끌어내고 있다. 2024.07.04 ⓒ민중의소리

집회 참석자들은 “저율 할당관세 남발은 단기적으로 국내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켜 농민 소득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기반을 파괴하고 먹거리 사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대로는 다 죽는다. 농민이 죽으면 국민도 죽고 나라도 죽을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국가책임농정 실현 ▲무분별한 관세할당제도 저지 ▲쌀값 및 주요 농산물 가격 보장과 공정가격제 도입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우리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우리에게 농사를 짓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 간주하겠다”며 “어차피 빚만 쌓이는 농사를 접고 새로운 농사를 짓겠다. 트랙터로 농업을 파괴하고 농민을 말살하는 윤석열 정권을 갈아엎고, 이양기로 국가책임농정을 위한 여의도와 용산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보자”고 강조했다.

한편, 농민의길에 따르면 이날 일부 농민들은 트랙터를 타고 집회에 참석하려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트럭에 양파를 싣고 상경한 농민들 역시 마포대교에서 가로막혀 기습시위를 벌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농민들이 4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에서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 반대, 기후재난 무대책, 쌀값폭락 방치 등 윤석열정권의 농업파괴 농민말살 정책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2024.07.04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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