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능력만 증명하는 윤석열 정부의 물가 잡기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4일 “국민 물가 부담 완화 동참”을 업계에 호소했다.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 반복된 익숙한 풍경이다. 오늘도 회의 테이블엔 대형마트 3사 관계자와 농협, 식품산업협회 대표자들이 모여 앉았다. 정부가 압박하면 업계는 특정 품목을 인하하거나 인상을 유보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국민 부담 완화와 거리가 멀었다. 국민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에도 3.0%에 달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2.4%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추세가 3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벌써 3년째다. 3년 전 8천원 했던 백반은 올해 1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외식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차이는 0.6%p에 불과하지만, 체감은 30%를 넘는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물가 안정 수단이 ‘압박 밖에 남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다. 백약이 무효였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28개 품목을 선정해 품목마다 공무원을 배치하고 가격 인상을 억제했다. 실무 담당자의 대응만으로 부족하자 각 부처 차관을 ‘물가 안정 책임관’으로 지정하고 매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동원됐다. 가격 인상 꼼수(슈링크플레이션)를 잡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지난 4월 “농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기한·무제한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예산이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빈축을 샀다.

대통령이 나선 부작용은 총선 이후 도드라졌다. 업계는 ‘총선까지만 버티자’는 속내였을 것이다. 억눌렸던 가격 인상은 총선 직후 터져 나왔다. 5월부터 앞다퉈 가격을 올렸다. 치킨이 그랬고, 햄버거가 뒤따랐다. “서민 물가는 반드시 잡겠다”는 대통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떡볶이(5.9%) 김밥(5.2%) 편의점 도시락(5.3%)이 가장 많이 올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궁색한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고유가·고환율, 공급망 교란을 정부 힘으로만 해결할 순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물가 상승은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저간의 정부 정책을 돌아보면 아쉬움만 짙게 남는다.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회의 개수나 늘린다고 물가가 잡히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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