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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상병 특검법 ‘속전속결’ 거부권, 윤 대통령 무엇을 감추고 싶은가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15번째이자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두 번째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통과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다음 날 기다렸다는 듯 특검을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졌다고 하는데, 오히려 경찰 수사 결과와 발 빠른 거부권 행사는 특검 도입의 또 다른 이유인 ‘수사 외압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8일 출국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하와이 현지에서 ‘국외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해 5일 정부로 이송됐다. 15일 내 재의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20일까지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결론을 내렸다. ‘속전속결’이다.

21대 국회에서 시한을 하루 남긴 시점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애초 미국 방문을 마친 뒤 귀국하는 12일 이후로 예상됐던 것과도 한참 벗어난 데다, 윤 대통령이 국외 전자결재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처음이다. 국외 전자결재로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한 번 있었을 정도로 드물다. 무엇에 쫓겨 시한을 한참 남겨놓고, 외국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특검법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적반하장이다. 임성근 전 사단장에 면죄부를 준 경찰 수사 결과는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이며 오히려 특검 도입의 이유를 설명해줬다.

윤 대통령이 이토록 서두른 이유는 무엇인가. 오는 19일이 채 상병 1주기가 되는 날이다. 여론이 더 악화되기 전에 거부권을 행사해 버리겠다는 심산인가. 여론은 이미 대통령 편이 아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압도적 찬성이다.

게다가 지난번 거부권 행사 때와 지금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임 전 사단장의 혐의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단 사건 기록이 이첩되던 지난해 8월 2일 윤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장관, 신범철 차관, 임기훈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나아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으로 김건희 여사 계좌를 관리한 이종호씨가 “VIP에게 임성근 얘기하겠다”고 말한 녹취가 공개됐다.

이제 사건 의혹이 정확히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 특검법이 통과된지 나흘만에, 외국에서 부랴부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특검 도입으로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윤 대통령이 감출 게 많다는 뜻 외에 해석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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