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장정일 칼럼] 개들은 할복할 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과 측근 검사들. 윤 대통령 오른쪽 첫번째부터 박찬호 전 수원고검장과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 강남일 전 대검 차장(2022.05.19)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4인(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탄핵소추안’은 여론이 좋지 않다. 그렇더라도, 탄핵소추 발의에 비분강개하는 검사들은 코믹하면서도 등골이 섬찟하다. 탄핵소추 대상인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민주당이 최근에 잇달아 내놓은 표적 수사 금지법, 검찰의 수용자 소환조사금지법, 피의사실공표 금지법 등의 법안을 이렇게 비토한다. “군대가 외적의 침략에 대응함에 있어 사람의 생명과 자유를 박탈해야 하는 것과 유사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의 기본권을 적법 절차에 따라 제한하게 되는 것이다. 오남용 사례를 빌미로 기본권 침해적 권한으로 간주해 어떤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수사 도중에 생기는 기본권 제한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다”라는 궤변이 된다. 검사로부터 불법(강압) 수사를 당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 국민인데, 어디서 국민을 찾고 있나? 검사는 해당 사건의 양 당사자 가운데 한 축일 뿐, 검사가 곧 정의는 아니다. 법무부 훈령 인권보호수사준칙 제2조(“검사는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적법 절차를 지켜 사법 정의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적극적으로 준수되고 추구되어야 할 가치이지, 편법이나 명목으로 지켜질 것이 아니다. 강 검사가 변명 삼은 ‘기본권 제약 오남용 사례’는 어쩌다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효율을 위해 필요로 하는 관행이 되었기에 법이라는 제도가 아니고는 근절되지 않는다.

표적 수사 금지법, 검찰의 수용자 소환조사금지법, 피의사실공표 금지법 등의 법안이 입법되고 그것을 거스르는 검사는 처벌되어야 한다. 그런데 검사들은 이런 상식적인 주장 앞에서 “법대로만 하면 제대로 된 수사는 못한다”라고 뻗댄다.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검사들에게, 임수빈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타이른다.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이 실체적 진실의 규명보다 더 상위의 개념이다. 자꾸 검사님들이 그 둘을 대등한 개념으로 보는 게 문제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헌법과 법률 아래에서 열심히 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수사라는 것은 법을 어긴 누군가를 처벌하자는 건데, 그 과정에서 검사가 법을 어기면 수사의 정당성이 없어진다. 수사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 존중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상황은 없다.”(임수빈,『검사님 지금 잘못하고 계신 겁니다』,스리체어스,2017,157~158쪽). 지은이는 1990년 검사로 임관하여 대검찰청 공안 1ㆍ2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검사로 재직했다.

2013년, 중국 국적으로 북한에서 거주하다가 탈북하여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되었던 유우성은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재판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수사 검사들이 유우성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졌고, 2015년 상고심에서 그는 무죄가 되었다. 이 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 이시원은 형사 처벌을 받아 마땅했고, 이 사건을 지휘한 부장 검사 이두봉에게는 공소권 남용의 잘못을 캐물어야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검찰에서 쫒겨나기는커녕 윤석열 정권에서 각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영전했다. 검찰 개혁이 시도될 때마다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은 검사들의 울분으로 들끓지만, ‘썩은 사과’가 자신들과 한 궤짝에 담겨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당신들은 왜 할복하지 않나?

검찰의 권력은 기소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
내곡동, BBK, 검언유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권력형 사건 수사도, 기소도 하지 않는 정치검찰


검찰 개혁은 검경수사권 분리·기소독점권 해소 등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핵심은 검찰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반인권적 기관이 되어버린 검찰을 인권 준수 기관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필수다. ‘표적 수사’는 위의 사항 모두와 연관된다. 임수빈에 따르면, 표적 수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든 “수사의 과정보다 수사의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19쪽)한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정연주 KBS 사장 사건, 미네르바 사건이 대표적인 표적 수사로 거론되는데, 이춘재는『검찰국가의 탄생』(서해문집,2023)에서 ‘조국 사건’을 추가한다.

“애초 윤석열이 조국 사태를 ‘제1호 사건’으로 점찍으며 내세운 명분은 사모펀드를 이용한 ‘권력형 비리’였다. 윤석열은 조국 일가가 권력을 등에 업고 사모펀드를 불법 운용하면서 부당 이득을 얻은 것처럼 몰아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고 봤다. 수사 경험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윤석열이 이를 몰랐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결국 윤석열은 조국을 낙마시키기 위해 정치적 수사를 ‘결심’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게 된다.”(131~132쪽)

표적 수사는 범죄 혐의를 발견해 죄를 처벌하기보다는 특정한 사람의 죄를 짜내 사법 처리를 하는데 수사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 검사는 본건과 상관없는 타건(他件) 압박 수사, ‘밤샘 수사’, 피의 사실 공표 등의 온갖 불법 수단을 사용해 자신이 정해 놓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를 얻어내려고 한다. 검사들이 피의자 신문 조서의 절대적 특권을 내세우며 공판 중심주의와 구두 변론주의를 배척하는 것도 ‘조서 재판’이 표적 수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표적 수사 폐지를 주장하면서 피의자는 “어디서 누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는가?”, “피의자의 중대한 혐의는 정확히 무엇이고, 그 혐의는 사회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큼 중대한가”(『신(新) 캉디드』,지식과감성,2024,97쪽)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검찰의 권력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기소와 불기소를 검사의 재량에 맡김)에서 나오는데, 기소를 하는 권한보다 ‘기소를 하지 않는 것’에서 더 큰 권력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가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BBK 핵심 관련자들, 한동훈의 검언 유착과 무고 의혹, 한동훈 딸의 스펙 조작,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수사도 기소도 되지 않았다. ‘정치검사’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주권자(국민)를 능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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