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하고 나서자, 야 6당과 시민사회는 10일 “대국민 선전포고”로 규정하며 강하게 규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윤 대통령의 수사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김건희 여사의 배후설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관련 의혹을 규명할 특검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라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오는 1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범국민대회를 열어 시민의 분노를 모아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비상행동)’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는 이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니, 의회민주주의에 어긋나고 위헌이라고 하는가. 국회 의사일정 전체를 비롯해 채 상병 특검법 논의 자체를 보이콧한 것은 여당인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서도 “박근혜-최순실 특검법 등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한 특검법 선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며 “오히려 대통령실이 수사외압의 핵심이라는 정황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여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는 것이 이해충돌”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채 상병 사망사건과 대통령실 수사외압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며 “더 이상 채 상병 사망사건과 외압 의혹의 진상규명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 국회는 채 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 대표들도 격앙된 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미 한 차례 거부한 바 있는 해병대원 특검법을 또다시 거부하며 국민께서 주신 두 번째 개과천선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며 “대통령은 유족과 국민의 가슴에 두 번이나 대못을 박았다. 진상을 밝힐 생각은 전혀 없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박 직무대행은 “권한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배신하며,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정권을 우리는 독재정권이라고 부른다. 윤 대통령은 지금 무능한 독재자의 길을 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모든 부정 권력, 독재 권력의 최후가 그랬던 것처럼 파국만이 기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당대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은 물론 ‘채 상병 순직사건’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 배후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를 수사 대상으로 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권한대행은 “진실을 조롱하는 자들이 판치는 동안 원칙대로 수사한 사람은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며 “더는 묵과할 수 없다. 수사 방해, 외압의 몸통인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 구명 로비 주요 창구였다는 정황이 드러난 김 여사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임성근 전 사단장과 대통령 사이에 누가 어떻게 존재했는지, 그리고 영부인의 이름 석 자가 왜 여기 등장하는지 국민은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관심 없는 대통령, 자신과 가족의 사익과 사감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통령,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대통령, 총선으로 확인한 민심조차 무시한 대통령, 윤 대통령의 거부권 통치를 무너트리는 주권자 국민의 뜨거운 힘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