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로 알려져 있는 에밀 졸라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에밀’이 6월 11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바로 ‘드레퓌스 사건’과 ‘에밀 졸라’에 대한 것이다.
‘드레퓌스 사건’과 ‘에밀 졸라’
‘드레퓌스 사건’은 1894년 유대계 프랑스 육군 포병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독일 대사관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프랑스 정보국 요원이 독일 대사관에서 빼내 온 편지의 필체와 드레퓌스의 필체가 비슷하다는 게 이유였다. 드레퓌스는 간첩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어 종신형과 군적 박탈을 선고받았으며, 악마의 섬으로 유배당했다.
이후 에스테라지 소령이 진범이란 사실이 드러났지만 무죄로 석방된다. 군부의 명예가 추락할 것만을 걱정한 군은 사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이것을 지켜본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J'Accuse)’라는 제목의 논설을 신문에 발표하게 된다. 에밀은 이 논설을 통해 드레퓌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군부의 의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후 에밀의 삶은 이것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고 만다.
이 정도의 사전 지식을 확인했다면 이제 ‘에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도 된다. 이 작품은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한 이후 에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는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컸다. 때문에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에밀은 공격의 대상이 된다. 끝없는 비난과 살해 협박을 받게 된 에밀은 결국 가스 중독으로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에밀’은 그날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1902년 9월 29일, 마지막 밤에 대한 짧지만 긴 이야기
뮤지컬 ‘에밀’은 2인극이다. 등장인물은 ‘에밀 졸라’와 가상 인물이자 에밀을 동경하는 인물 ‘클로드’ 두 사람이 이끌어 간다. ‘나는 고발한다’가 발표되고 4년이 흐른 어느 날 밤, 살해 위협 속에서 몸을 숨기고 살고 있는 에밀 졸라의 집에 의문의 청년 클로드가 찾아온다. 에밀을 동경한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클로드와 그런 클로드를 경계하는 에밀. 어느새 두 사람은 코냑과 압생트를 나누어 마시며 깊은 생각을 나누기 시작한다.
세상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에밀과 프랑스의 정보를 적국에 팔아넘긴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에밀을 공격하는 클로드. 그깟 진실이 뭐라고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을 포기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클로드와 에밀의 대립은 창밖에서 들리는 총성으로 멈추게 된다. 이야기는 1902년 9월 29일 의문의 가스 중독으로 에밀이 사망하기까지 베일 속에 가려진 시간을 상상으로 그려간다.
나의 의무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며, 저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제가 보낼 밤들은 가장 잔혹한 고문으로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속죄하고 있는 저 무고한 이의 유령에게 시달리는 밤이 될 겁니다. – ‘나는 고발한다’ 원문 중에서
고전적인 음악이 주를 이루는 넘버들은 서정적이면서도 무게감이 있다. 에밀 졸라의 말과 글을 최대한 살린 넘버의 가사들도 인상적이다. 작품이 다루고 있는 사건과 인물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인지 에밀이 죽기 전 하룻밤의 이야기로 시간과 공간을 집약시켜 2인극의 빠른 전개로 이끌어 간다. 이 작품은 한 개인의 진실을 향한 신념이나 부조리함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와 명성, 명예를 가진 자가,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더불어 생각하게 한다.
재미보다는 인물에 대한 밀도 있는 이해를 돕는 작품성에 방점을 찍어야 할 작품이다. 에밀 졸라 역에 배우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가, 클로드 역에는 배우 구준모, 김인성, 정지우가 무대에 오른다.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는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도 볼만하다. 창작 뮤지컬 ‘에밀’은 9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에밀’
공연 장소 : 예스24스테이지 3관 공연 날짜 : 2024년 6월 11일(화) – 9월 1일(일) _ 월요일 쉼 공연 시간 : 화~금 20시 / 토 15시, 19시 / 일, 공휴일 14시, 18시 러닝타임 : 100분(인터미션 없음) 관람연령 : 중학생 이상 관람가 (2011년 포함 이전 출생자 관람 가능) 창작진 : 프로듀서 홍윤경/작,작사 김소라/작곡 황예슬/연출 이대웅/음악감독 조윤화/편곡 박오달/안무 홍유선/무대디자인 남경식/조명디자인 이주원/음향디자인 김주한/영상디자인 김장연/의상디자인 홍문기/소품디자인 김상희/분장디자인 김남선/무대감독 M.A.P 출연진 :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 구준모, 김인성, 정지우 공연 예매 : 인터파크 티켓,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