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필두로 제기되다 중단된 ‘한동훈 사천·읽씹 논란’...“공개하면 위험”

원희룡 “할 말 없어서가 아니다. 이쯤 하자”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07.10. ⓒ뉴스1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가장 선도적으로 한동훈 후보의 사천·읽씹 논란에 불을 지폈던 원희룡 후보가 갑자기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한 후보가 “왜 입장을 확 바꿔서 나왔는지 당황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함) 논란은 원 후보와 ‘친윤석열계’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나오는 만큼,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동훈 사천 의혹’ 역시 원 후보가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논란이 됐다.

원 후보는 “선관위의 권고” 때문이라고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경쟁후보들의 ‘읽씹’ 논란 지적에 한 후보가 “다 공개하면 정부가 위험해진다”고 답하면서, 해당 논란에 대한 언급이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태세 전환한 원희룡에
한동훈 “왜 갑자기 입장 확 바꿨나”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 자료사진 ⓒ뉴스1

지난 9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1차 방송토론회에서, 원 후보는 1차 주도권 토론 7분과 2차 주도권 토론 6분을 전부 ‘고물가·고금리 문제 대책’을 논의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한 후보를 지명한 뒤에도,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했던 ‘한동훈 사천 의혹’과 ‘한동훈 읽씹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왜 태도를 바꿔서 나왔는지’에 관한 공방도 이어졌다.

▶ 한동훈 : 오늘 왜 이렇게 입장을 확 바꿔서 나오셨는지 당황스럽긴 한데요. 이런 식으로 정책 토론하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긴 합니다.
▷ 원희룡 : 갑자기 전환하는 게 아니라.
▶ 한동훈 : 갑자기이신데요?
▷ 원희룡 : 지금 공방 중인 (김건희 여사) 사과 의사를 왜 논의에 부치지 않았느냐 문제보다, 어떻게 보면 더 근본적이고 더 전국적인 이슈였다.

원 후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읽씹’했다는 논란에 대해 가장 공세적으로 공격했다. 지난 5일 ‘집권당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한 후보 발언에 대해, 원 후보는 “충격적인 발언”이라며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 후보는 “공적이고 정무적인 일을 사적인 분과 상의하지 않는다는 분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는 (김건희 여사와) 왜 그리 문자를 많이 주고받았나”라며 과거 검언유착 사건 당시 드러난 한동훈 검사와 김건희 여사 간 통화와 카카오톡 대화를 언급했다.

또 ‘읽씹’ 논란을 친윤계와 원희룡 후보 캠프에서 주도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는 지난 MBC 라디오에서 이 같은 취지의 주장을 꺼냈다.

원 후보가 더 이상 ‘읽씹’ 논란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정부·여당과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쟁 후보들의 집요한 지적에 한동후 후보는 토론회에서 답답해하며 다음과 같이 답했다.

▷ 나경원 : 대통령실 입장과 분명히 그 관련된 당사자 (김건희 여사의) 입장은 달랐다는 것이 어제 (TV조선을 통해 공개된 5건의) 여사의 문자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 한동훈 :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 나경원 : 그런데 예단하시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 한동훈 : 예단이 아니고요. 이걸 다 공개했을 때, 위험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위험해지고 대통령실이 위험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 나경원 : 왜 위험하다는 거죠? 이해가 안 됩니다.

한동훈 “관련 기사 200개 났는데, 이제 와서?”
원희룡 “할 말 없어서가 아니다. 이쯤 하자”


지난 9일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갑자기 태세를 전환한 원희룡 후보의 발언을 듣고 한동훈 후보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2024.07.09. ⓒ유튜브 채널 '국민의힘TV'

‘읽씹’ 논란뿐만 아니라, 원 후보는 ‘한동훈 사천’ 논란에 대해서도 제기하다가 갑자기 중단했다. 다음은 지난 9일 토론회에서 ‘한동훈 사천’ 논란과 관련해 한 후보와 원 후보 사이에 오갔던 공방이다.

▶ 한동훈 : 원희룡 후보가 7월 7일 JTBC 인터뷰에서 ‘한동훈이 가장 가까운 가족·인척과 공천을 논의했다고 했고, 구체적으로 조금 있다가 밝히겠다는 육성 인터뷰를 했습니다. 원 후보님, 어떤 가족을 말하는 거고, 어떤 공천에 대해 개입했다는 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 원희룡 : 당원들과 국민들이 제발 전당대회 다툼을 이제라고 일단 중단하고 좀 정책과 비전 그리고 이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국민이 보고 싶은 경쟁을 시작해 달라고 했기에, 오늘은 일단 거기에 집중하고, 거기에 대해 언급을 일단 중단하겠습니다.

한동훈 후보가 사적으로 공천을 했다는 주장 역시 원 후보가 가장 먼저 제기했는데, 갑자기 의혹 제기를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 후보가 “관련 기사가 200개 이상 났는데, 이제 와서 비긴 것으로 하자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며 사과하라고 촉구했지만, 원 후보는 끝까지 “제가 할 말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사과를 거부했다.

▷ 한동훈 : 중단할 게 아니라 먼저 거짓말했잖아요. 그래 놓고 중단하겠다는 것은 얘기가 안 되는 것이고요. 누군지 말씀 못 하겠고 근거가 없으면 그냥 여기서 사과하십시오.
▶ 원희룡 : 선관위에 약속했기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한동훈 : 선관위 얘기 듣고 그동안 인신공격 안 하신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인척 이렇게 공천 개입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고, 팩트를 직접 육성으로 말씀하신 거예요. 그리고 이거 관련한 기사가 200개 이상 났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기서 비긴 것으로 하자? 이것은 안 되는 겁니다.
▶ 원희룡 : 제가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이 정도로 하시죠.

앞서 원 후보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사적으로 공천을 논의한 사람은 따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한 뒤, 지난 7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 후보가 사적으로 공천을 논의한 사람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인척”이라며 의혹을 키웠다.

그런데, 여기에 지난 총선 당시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됐던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까지 가세해 지난 8일 CBS 라디오에서 “제가 확인하고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이 아니라 소수의 (한동훈 후보) 측근들이 밀실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커졌다. 이후 원 후보는 해당 의혹 제기를 중단했다.

합동연설회에서 “갈라지면 죽는다” 외친 원희룡


10일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원희룡 후보는 “대통령과 신뢰를 기반한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바로 원희룡”이라며 당정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홍보영상을 시작으로 이날 합동연설회 단상에 오른 그는 “뭉쳐야 산다”, “당정이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최악은 우리 내부에서 싸우는 것”이라며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우린 동지다. 우리가 뭉치면 민주당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지다” 구호를 여러 번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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