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대리점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쿠팡은 책임 없나

산재·고용보험 원청 부담 ‘사회적합의’...책임 떠넘기는 쿠팡CLS

쿠팡 자료사진 ⓒ뉴시스

쿠팡의 로켓배송을 맡은 택배노동자들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을 하지 못한 채 일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 계약 당사자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택배 대리점의 문제"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나, 원청인 쿠팡CLS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쿠팡 캠프 위탁업체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여부 전수조사' 결과, 쿠팡CLS와 계약을 맺은 위탁업체와 택배대리점에 소속된 노동자 2만여명이 산재·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쿠팡CLS로부터 캠프 운영을 위탁받은 업체 11곳과 택배배송을 위탁받은 영업점(택배대리점) 528개소를 대상으로 지난 3년간 산재·고용보험 신고 내역을 전수조사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지난 5월30일까지 이뤄졌다.

조사결과 총 4만948건의 산재·고용보험 미가입이 적발됐다. 산재보험에 미가입된 노동자는 2만868명,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노동자는 2만80명이었다. 대상이 중복되는 것을 고려하면 약 2만명이 산재·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이 중 택배대리점 90곳은 단 1명도 산재·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보험관계 미성립 상태였다. 다른 택배대리점도 일부에 대해 산재·고용보험을 누락했다. 이번 조사는 택배노동자와 일반 내근직 노동자를 구분하지 않은 수치다. 적발된 규모 중 약 15%가 택배노동자였다. 공단에 따르면 택배영업점에서 적발된 건수는 산재보험 미가입은 3,136명, 고용보험 미가입은 2,979명 규모다. 3천여명의 택배노동자가 산재·고용보험의 보호 없이 일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라 지난 2023년 7월부터 택배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무재공자'로 규정해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누락 보험료는 산재보험이 20억2,200만원, 고용보험이 27억1,500만원으로, 총 47억3,700만원 규모다. 공단은 누락된 보험료 47억3,700만원을 업체들에 부과하고, 적발된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산재·고용보험 제도에 대한 지도를 실시했다. 공단은 총 2억9,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의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쿠팡CLS 측은 책임을 위탁업체와 택배대리점에 떠넘겼다. 쿠팡CLS 측은 "자사와의 계약뿐만 아니라 타 물류회사와의 계약기간 중에 있었던 보험 미가입도 모두 포함된 결과로 알고 있다"면서 "공단 조사 이전부터 위탁업체에 대해 보험가입을 수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독려한 결과, 현재 위탁업체가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 가입에 관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으며, 보험 가입이 미비한 일부 위탁업체에 대해서는 계약해지를 위한 사전 절차를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건수 중 일부만 쿠팡CLS와 계약 기간 중 벌어졌으며, 산재·고용보험 가입에 대한 책임은 위탁업체, 택배대리점에 있다는 입장이다.

산재·고용보험 원청부담 '사회적합의' 외면하는 쿠팡CLS
택배노동자에 직접 업무지시하면서 책임은 대리점에 떠넘겨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원청인 쿠팡CLS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원청이 산재·고용보험의 부담을 지기로 한 사회적합의에 대해 쿠팡CLS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도출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합의'는 분류작업 개선, 산재·고용보험 가입 등에 필요한 원가 상승요인이 개당 170원인 것을 확인하고, 해당 택배요금 인상분을 분류작업 개선, 산재·고용보험 가입 등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택배요금을 인상하는 대신 택배노동자의 산재·고용보험에 대한 부담을 원청이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쿠팡CLS는 사회적합의 당시 합의에 참여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택배노동자의 산재·고용보험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

한선범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다른 택배회사들은 사회적합의에 따라 산재·고용보험의 부담을 원청이 내고 있다"면서 "그런데 쿠팡CLS는 부담을 택배대리점이랑 떠넘기고 방치하니까 택배대리점이 구시대적인 행태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CLS와 택배대리점 간의 계약에서 사회적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긴 하다. 그러나 쿠팡CLS는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택배대리점에 떠넘기고 있다.

택배노조가 공개한 쿠팡CLS와 택배대리점 간의 계약서를 보면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합의' 이행을 위한 쿠팡CLS의 요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위 사항의 위반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와 민·형사상의 손해는 영업점의 책임과 비용으로 해결하고 쿠팡CLS를 면책시켜야 한다"고 책임을 택배대리점이 지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책국장은 "사회적 합의 지키는 것도 대리점 책임이라는 것"이라며 "쿠팡CLS가 요청을 했으니 대리점이 지켜야 한다고 한 건데, 결국 그런 데서 문제 생기면 대리점 책임이라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CLS는 사회적합의에 따른 산재·고용보험에 대한 명목적인 부담을 하지 않는 대신 택배대리점과 산재·고용보험에 대한 비용 상승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CLS와 택배대리점의 계약서 일부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CLS가 산재·고용보험의 책임은 대리점에 떠넘기면서도 택배노동자의 관리는 직접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주 6일 평균 63시간을 새벽 로켓배송을 하다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정 모 씨는 일상적으로 쿠팡CLS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왔다.

공개된 정 씨의 카카오톡을 보면 정 씨는 '쿠팡플렉스_남양주_CLS'라는 계정과의 1대1 대화방에서 일상적으로 업무를 보고하고, 업무지시를 받고 있었다. 해당 계정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계정으로, 관련 없는 사람이 만들거나, 대화 상대방이 이름을 다르게 설정할 수 없다.

정 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매일 쿠팡CLS에 입차시간, 배송완료시간, 배송물량 등을 보고했다. 또 배송물품 파손·분실을 비롯해 건물 출입구가 잠겨 배송이 불가하거나, 배송주소가 명확하게 표기돼 있지 않는 등 특수한 상황에서도 정 씨는 쿠팡CLS에 보고했고, 이에 쿠팡CLS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 대화에 담겨있다. 또한 주요 공지사항도 쿠팡CLS가 직접 카카오톡 1대1 대화방을 통해 알려줬다.

쿠팡 택배노동자 정 모 씨와 쿠팡CLS와의 카카오톡 대화 ⓒ전국택배노동조합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할 경우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책국장은 "책임질 것은 자기들은 모른다고 회피하고, 로켓배송의 질은 지키기 위해 가혹한 업무를 직접 지시하려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쿠팡CLS가 권한을 누리려면, 책임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도 "택배노동자들의 근로자성 논란은 여전히 있지만, 노무제공자로서 산재·고용보험 대상임은 분명하다"면서 "택배대리점들이 아예 고용·산재보험에 대해 이렇게 대놓고 안 할 정도인데 이걸 대리점 자신들이 판단으로 할 수 있겠느냐"라고 원청인 쿠팡CLS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쿠팡CLS 측은 "CLS는 배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택배기사의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대화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 대한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직접 업무지시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공단의 전수조사 결과와 관련, 근로감독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동부는 최근 지방노동관서에 택배 물류센터에 인력을 파견하는 위탁업체에 대한 근로감독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택배노동자가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택배대리점 528곳은 이번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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