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대표가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이 전 대표가 다시 당 대표에 당선되는 건 확실시된다. 이 대표의 당내 위상이나 이를 둘러싼 당헌·당규 개정 문제는 민주당 당원과 지도부의 선택으로 존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전 대표가 어떤 구상과 정책으로 정국을 운영하려 하느냐다.
이 전 대표는 출마선언에서 '먹사니즘'을 내세웠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민생 문제, 안보 위기, 기후위기, 인공지능 등 다양한 문제영역에서 나름의 해법을 설명하면서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랜 문제와 새로운 문제를 가리지 않고 결국 '성장'이 해답이라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가 여러 분야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한 건 평가할 만하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난맥상에서 반사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먹고 사는 게 가장 기본이라는 인식도 동의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에 놓고 구상한 '에너지 고속도로’처럼 새로운 사회 문제에 대해 혁신의 방식으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에도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성장에 방점을 찍은 건 보수세력이라는 점에서 자신과 민주당의 외연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을 테다. 하지만 이미 저성장의 국면에 들어선 세계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나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성장에만 집착하다 보면 결국 보수 정치세력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경로를 답습할 우려도 있다.
마침 이 전 대표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종부세 완화와 금투세 유예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종부세가 줄면 '먹고 사는 문제'에서 유리한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다. 주식투자에서 상당한 이익을 본 이들은 금융투자소득세에 적대적일 것이다.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이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전 대표의 '좋은 의도’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자들에게 손에 잡히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반대편을 향해 '나를 믿어달라'고 하는 건 오래가기 어렵다. 사실상 입법부를 책임진 거대 야당의 대표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