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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임의 일터안녕] 대형 참사 현장에는 항상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기 위해 투입되고 있다. 2024.6.25 ⓒ뉴스1

7월 24일 경기 화성시의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장에 있던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고 발생 2주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하면 조사하는 대로 불법이 판치고 있었고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고 있다. 불법파견에 안전시설이나 교육은 전혀 없었고 관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과거 4차례의 화재가 이미 있었던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형국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숨진 23명의 희생자 중 18명은 중국(17명), 라오스(1명) 국적의 이주 노동자였다. 사망자 중 약 80%가 이주노동자라니 이 회사는 이주노동자만 사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주노동자는 언어소통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좀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할 수 있는데 리튬의 위험성과 출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제공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유족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기시감이 든다. 기시감은 곧 사실이었다. 2008년 1월 이천시에서 짓고 있던 냉동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명이 사망했다. 이 중 13명은 이주노동자였다. 뿐만 아니라 2020년 4월, 코로나19로 물류가 폭증하면서 또 이천의 물류창고 건축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다. 이 중 3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산재 사고사망 자료에 따르면 연간 900명 가까이 사망하는데 이 중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0% 수준을 넘고 있다. 국내 취업자 수는 약 2천9백만 명이고 이주노동자 수는 약 130만 명으로 추정(등록+미등록)된다. 그렇다면 4.5%가 이주노동자라는 얘기인데 노동자 사망자 수 규모로는 10%를 넘고 있으니 두 배를 훌쩍 넘고 있는 것이다.

8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에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 2024.7.8 ⓒ뉴스1

산재 사고 사망자의 특성을 보면 영세사업장 노동자, 노인노동자, 비숙련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그리고 ‘을’중의 ‘을’ 이주노동자이다. 이주노동자는 주로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비정규직이며 비숙련노동자이다. 게다가 언어장벽도 가지고 있다. 학대를 당해도 웬만해서는 이직을 할 수도 없다.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취약노동계층이 이렇게 죽어나가는데 정부의 조치는 별게 없다.

올해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지난해 12만 명보다 37% 증가한 16만 5천명으로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는 앞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출생률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급격한 노령화는 노동력 부족을 야기한다. 이미 일본에서 겪고 있는 문제가 우리에게 현실로 닥친 것이다. 출생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으나 현 정부의 태도를 보아서는 결코 높아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이주노동자 유입을 장려할 수밖에 없을 텐데 손님들 불러놓고 더 많이 죽으라는 꼴이다.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향상을 위해 정부가 더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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