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통 보안” 자신하더니...대통령실, ‘미국 도감청’ 논란 뒤 87억 예비비 받아

경찰 조사 때도 “휴민트 정보” 주장한 대통령실, 지난해 9월 기재부와 경호 건설비 등 예비비 협의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통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모습.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정부 비상금’ 격인 예비비 약 87억원을 타간 이유가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사 내 “철통 보안”을 자신하면서 미국 정부의 불법 도감청 사실을 전면 부인해 놓고, 그 이후 보안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선 것이다.

11일 민중의소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해 대통령경호처에 일반예비비 86억6천600만원을 추가 배정한 배경에 관해 “2023년 상반기 언론에서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이 제기된 후, 경호시스템 강화를 위해 경호처와 예비비 협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8일 대통령실의 추가 예산 편성 요청이 있었고, 기재부는 ‘경호 보안 시스템 강화’를 위한 건설비 등 명목으로 예비비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후 일주일만인 9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일반예비비 86억6천600만원 배정을 최종 결재했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비비 명세서’에 86억6천600만원의 용처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경호경비 시스템 강화 사업 등 경호 임무 수행을 위한 예비비 편성”으로만 적혀 있다. 대통령경호처는 지난해 이 예비비 중 24억4천420여만원을 사용했고, 54억8천500여만원은 올해로 이월했다.

일반예비비는 국가 활동에 있어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이 필요할 때 충당분으로 편성하는 예산이다. 즉, 당해 예산 심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예측 불가능성, 다음 해 예산 편성까지 기다릴 수 없을 만큼의 시급성과 불가피성 등이 인정돼야 사용할 수 있다.

기재부는 당초 대통령경호처에서 신청한 예비비 총금액과 논의 과정은 “행정부 내부 의사결정 과정”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의 보안 취약성은 윤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시간에 쫓기며 추진한 집무실 및 관저 이동에 따른 부작용으로 꼽힌다.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지난해 4월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로 드러났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황 등을 분석한 100쪽에 이르는 미국 정보당국의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됐다고 전했는데, 해당 문건에는 미국 국방부가 전자장비 ‘신호정보 수집(시긴트)’으로 확보한 당시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이 담겨있었다.

최소 두 부분에서 한국 정부가 기존 방침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무기 지원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내용이 적시돼 파장이 거셌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보름가량 앞둔 시점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도감청 가능성을 극구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도감청 의혹이 불거진 뒤 이틀 만에 공식 입장을 내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졸속 이전’해 대통령실이 도감청 등 보안에 취약하다는 야권의 지적을 두고 대통령실은 “과거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구축, 운용 중에 있다”며 “철통 보안”을 자신했다. 한국 정부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까지 보안이 뚫렸다는 비판이 거셌으나, 대통령실은 관련 대화 내용이 유출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5월 시민단체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고발로 이뤄진 경찰 조사 때는 “관련 내용이 휴민트(사람을 통한 첩보활동)로 획득한 정보임에도 도감청을 통해 획득하였다고 둔갑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경찰 측에 전달했다.

지난 2022년 3월 당선인 신분으로 용산 집무실 이전 청사진을 발표한 윤 대통령은 ‘이사 비용’으로 ‘496억원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비용은 불어나고 있고, 이미 2022년 약 650억원의 예비비가 대통령실 이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해 연쇄적으로 비용이 추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실 이전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이날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추가 배정된 예비비 사용처에 관해 “청사 보안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보안 취약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추가 예산을 들여 청사 내부 공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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