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 9년 만에 현장으로

대법원, 아사히글라스 불법 파견 인정 “해고 노동자들 직접 고용해야”

차헌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들로부터 헹가래를 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22명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사측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 9년간 법적 다툼을 끝냈다. 2024.07.11. ⓒ뉴시스

노동조합 설립 후 ‘문자 한 통’으로 집단 해고당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원청인 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5년부터 거리에서 싸워 온 해고 노동자들은 9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해고 노동자들이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인 AGC화인테크노코리아(화인테크노)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청이 해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설립이 집단 해고 사태의 발단이 됐다고 보고 있다. 2015년 5월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사측은 노조를 만든 하청업체(GTS)만 계약 해지했고 노조 설립 후 한 달 만에 노동자 178명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했다. 

이후 기나긴 싸움이 시작됐다. 해고 노동자들은 2015년 7월 원청을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 등의 혐의로 노동부에 고소했다. 노동부는 2년이 지나서야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는 무혐의로, 불법파견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수많은 증거에도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해고 노동자들의 거센 투쟁 끝에 재수사 명령을 이끌어 내 아사히글라스를 재판에 넘길 수 있게 됐다.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차헌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비롯한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22명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사측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 9년간 법적 다툼을 끝냈다. 2024.07.11. ⓒ뉴시스

재판에서는 해고 노동자들이 원청의 파견 근로자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에는 근로자 파견이 금지되며 2년이 초과되면 직접 고용해야 한다. 불법 파견이 인정되면 원청은 직접 고용해야 한다.

1·2심 재판부는 불법 파견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GTS의 현장 관리자들의 역할과 권한은 원청의 업무상 지시를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고, GTS 노동자들은 원청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에 구속되어 그대로 업무를 수행했다”며 “GTS의 근로자들은 원청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과 하청업체, 하청업체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다만, 원청이 GTS와 도급 계약을 해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는 해고 노동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 직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는 “9년 만에 돌아간다! 민주노조 깃발 들고! 현장에서 뜨겁게 노조 활동 펼치겠다!”라는 다짐이 적혀 있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은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1천만 비정규직 전체의 문제다, 불법파견 철폐하라고 목이 쉴 때까지 외쳤다”며 “결코 쓰러지지 않는 9년의 투쟁이 대법 승소를 끌어냈고, 투쟁과 연대로 세상을 바꾸는 노동자가 됐다”고 북돋웠다.

금속노조는 “불법파견은 원청이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낳는다. 중간착취를 안고 하청 노동자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제한다”며 “이제는 모든 현장의 불법파견이 사라질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도록 노조법 2, 3조를 곧바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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