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간부소개 때 인사하고 있다. 이날 행안위는 경찰로 부터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관련 보고를 받는다. 2024.7.11. ⓒ뉴스1
경북경찰청은 지난 8일 경찰수사심의위원회 판단 등을 주요 근거로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적용할 혐의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1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다수의 야당 의원이 경북청 수사심의위원회 명단을 요구했다.
그런데, 경찰은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공개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해당 규칙에서 몇 조 몇 항을 근거로 비공개를 주장하는 것이냐”라는 신정훈 행안위원장(전남 나주시화순군)의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신 위원장은 “어느 조항에도 명단을 비공개로 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꼬집었다. 또 명단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경찰청장의 주장과는 다르게, 경찰청이 직접 수사심의위원 단체사진을 언론에 배포해 여러 차례 보도된 사실이 전체회의 도중에 확인되기도 했다.
언론에 수심위 단체사진 배포했으면서 경찰청장 “수심위 명단은 공개한 적 없다”
이날 행안위 회의에서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갑) 등은 ‘채 상병 순직사건’을 판단한 경북청 수사심의위원회 명단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지금 경찰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 불송치 주요 근거로 수사심의위 결정을 얘기하고 있지 않나. 그만큼 수사심의위가 중요하다면 우리도 면면을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청장은 “말씀 취지에는 100% 공감하지만, 수사심의위 운영의 가장 핵심이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나온 경찰청장·경북경찰청장 답변을 종합하면,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경찰에 처음 도입돼 운영됐다. 이번 경북청의 ‘채 상병 사건 수사심의위’는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경북청에서 평소 심의위원으로 위촉한 법조계 인사 10명과 학계 인사 10명 등 전문가 20명에게 전화해 수사심의를 요청했으나 11명은 시간이 안 된다고 거절했고, 9명에게서만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경북청은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2명의 사회인사에게 추가로 접촉해 11명의 수사심의위를 구성했다.
문제는 수사심의위가 당초 운영 취지와는 다르게, 심의에 참여하는 위원을 경찰이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번 경북청은 수사심의위 판단을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수사심의위 구성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다. 야당 의원들이 채 상병 사건 수사심의위 11명 명단을 요구한 이유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11. ⓒ뉴스1
그런데, 윤 청장은 “명단을 공개한 사례가 없다”면서 명단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윤 청장은 명단을 비공개하는 근거로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을 언급했지만, 해당 규칙 어디에도 명단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규칙을 보면 12조 4항에 ‘위원회의 심의는 비공개로 한다’는 게 있는데, 이걸 청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어느 조항 어디에도 명단을 비공개로 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윤 청장은 “공정성·객관성을 담보하고, 소신껏 하기 위함”이라며 명단 공개 사례가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영등포구갑)은 언론이 보도한 수사심의위원 단체사진 사례를 다음과 같이 짚었다. “보좌관 통해 검색해 봤는데, 2021년 4월 13일 한국일보 기사에 경찰청이 제공한 것이라고 나온다. 같은 해 5월 7일 경북청도 (언론에) 사진을 제공했고, 최근 현 정부 들어와서도 4월 27일 대전경찰청에서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모두 경찰이 직접 언론에 제공한 사진이었다. 명단 비공개가 원칙이라면서 수사심의위원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단체사진은 홍보 차원으로 언론에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