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과거 언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22년 자유민주당이 주최한 행사에서 ‘문화 권력도 좌파 쪽으로’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이 후보자는 영화도 좌파 영화, 우파 영화로 구분했다. 연예인도 좌파 연예인, 우파 연예인으로 나눴다.
이 후보자의 주장에 따르면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좌파 영화다. 친일파 암살 작전을 다룬 영화 ‘암살’, 재벌가의 비리에 맞선 형사의 활약을 다룬 ‘베테랑’도 좌파로 분류됐다. 2020년 아카데미상 4관왕을 기록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좌파 낙인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 후보자는 ‘국제시장’, ‘태극기 휘날리며’, ‘인천상륙작전’, ‘연평해전’ 등을 우파 영화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우파 영화도 물론 있지만 좌파가 몇십 배 더 많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인식 속에서 영화는 좌파 아니면 우파일 뿐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연예계도 좌파 편중’이라는 강연 자료를 제시하며 다수의 연예인을 좌파와 우파로 분류했다. 정우성은 세월호 다큐 ‘그날 바다’ 내레이션을 했다는 이유로 좌파가 됐다. 문소리는 시상식에서 이태원 참사로 명을 달리한 동료를 추모하는 바람에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됐다.
이 후보자는 “좌파 성향의 영화를 만들면 히트 치고요. 그것을 알게 모르게 우리 몸에 DNA에 스며들거든요”라고 말했다. 뭐가 좌파 영화인지도 알 수 없으나 그것을 보면 DNA에 스며든다는 인식도 황당하다. 국민을 무시하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 법이다. 비판적으로 작품을 선택하고 감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이다.
이 후보자의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던 논리도 ‘영화를 통해 국민의식이 좌경화된다’는 것이었다. 국정원이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작성하고 관리한 블랙리스트는 사회적 지탄은 물론이고 재판을 통해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라는 판단까지 받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특정한 연예인을 좌파로 매도하고, 다수의 영화 작품을 좌파 영화라 주장하는 이 후보자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된다면 섬뜩한 일이다. 사적인 자리도 아닌 공개적인 강연 자리에서 개인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다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편 가르는 사람이 방송통신위원장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정책 및 규제를 총괄하는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