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정훈의 학교 밖 세상] 진보교육감, 더욱 진보하길 기대한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 영역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6.04. ⓒ뉴시스

지난 7월 1일은 임기 4년인 시도교육감들이 반환점을 돈 날입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주에 여러 지역에서 시도교육감 임기 2년에 대한 평가가 진행됐습니다.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언론에서 진보로 분류하는 교육감이나 보수로 분류하는 교육감이나 대부분 그렇습니다.

먼저 보수교육감에 대한 평가가 진행된 두 지역을 살펴보겠습니다. 7월 1일 경기교육연대가 주최한 ‘임태희 교육감 2년 경기 교육정책 평가 토론회’에서는 혁신학교 폐지,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교권 보호 미흡, 소통 부족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게 나왔습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직 상실 위기에 놓인 상황인데,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가 실시한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었습니다.

경기교육연대나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진보적 성향의 단체입니다. 그래서 부정적으로 평가한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진보적 단체들이 실시한 평가도 살펴보겠습니다. 광주는 교사·교육공무원 5개 단체가 실시한 교육감 직무 수행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습니다. 교사들과 소통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마트 기기 보급, 희망교실 폐지, ‘글로벌 세계 한 바퀴’, 학생 복지 예산 축소, 유치원 AI 체험실 구축 사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전북지역 교총, 전교조, 교사노조 등 11개 교육단체가 교직원과 학부모 2,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서거석 교육감의 직무수행 만족도는 부정 71.4%, 긍정 13.4%로 나타났습니다.

전북과 광주교육감은 초선인데요, 3선에 성공한 진보교육감은 어떨까요? 경남은 2년 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65.8%로 압승을 한 상황에서도 박종훈 교육감이 50.2% 득표로 3선에 성공한 지역입니다. 전교조 출신인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전교조 경남지부가 도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10년 평가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박 교육감의 정책 중 ‘작은 학교 지원’을 제외하고 행복학교, 생태전환 교육, 사학 공공성 강화, 교육활동 보호, AI 디지털 교육, 학교 행정 업무 감축 등 대부분 분야에서 부정 평가가 우세했습니다.

진보로 전진하는 게 절박한 한국 사회에서 보수 교육감들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진보 교육감들도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을까요? 이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진보교육감, 보수교육감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10년입니다. 2007년까지 시도교육감은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교육부 관료들이 교육감을 했지요. 2008년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시작되고, 2009년에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내건 김상곤 교수가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되었습니다. 김상곤 교육감이 추진한 무상급식은 이명박 정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집요한 견제와 탄압을 받았습니다. 김상곤 교육감은 ‘반이명박’ 민주세력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고,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는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국적 이슈로 확산되었습니다. 그 결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경기, 인천 등 6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고,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4년에는 13명으로 확장되었으며, 2018년에도 14명이 당선되면서 진보교육감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지난 시기 진보교육감을 상징하는 정책은 무상급식과 혁신학교입니다. 무상급식은 단순히 밥 먹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격차 해소, 보편적 복지를 상징하는 아젠다입니다.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평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던 한국 사회에서 무상급식은 국민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습니다. 혁신학교는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담은 정책입니다. 한때 혁신학교 근처의 집값이 오른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기대가 컸지요.

입시경쟁과 사교육이라는 현실 바꾸지 못한 진보교육감
진보적 교육정책도 정체돼
무상급식, 혁신학교 넘어 정체 극복하길


지난 10여년간 진보교육감들은 열심히 했고,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진보교육감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일까요? 두 가지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시도교육청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입니다. 혁신학교를 통해 공교육을 바꿔보겠다는 시도는 치열한 입시경쟁 교육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혁신학교라는 이름을 단 학교는 늘었지만 교육 현실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입시 경쟁이 완화된 것도 아니며, 학생들의 고통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현재 시도교육감들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교실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소소한 변화, 마을과 결합한 다양한 교육 등입니다.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교육의 흐름을 바꾸지 못합니다.

둘째, 진보적 정책의 정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현했습니다. 초중고 교육에서 보편적 복지는 어느 정도 실현된 것이죠. 현실이 변하면 진보의 아젠다도 변해야 합니다. 무상교육을 뛰어넘어 진보의 정체성이 더 확장되고 전진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도 지키지 못했고 교육개혁에 실패했습니다. 진보교육감들의 진보적 정체성은 문재인 정부의 한계에 함께 갇혀버렸습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신나는 초등학생들. (자료사진) ⓒ뉴시스


사회가 바뀌지 않는데 교육 경쟁이 약화할 리 없고, 중앙정부가 교육개혁을 힘있게 밀어붙이지 못하는데 시도교육청을 통해 교육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진보교육감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교육감들이 더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정책 의제를 만들고 중앙정부를 견인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제 2년 후면 다시 교육감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윤석열 정부가 워낙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보수가 퇴조하고 진보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기회가 진보교육감이 정체를 극복하고 더욱 진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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