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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과 노동자의 삶 모두 망치는 최악의 최저임금 인상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고작 1.7%(170원)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2.6%)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임금이 되레 삭감된 셈이다.

주목할 점은 현 정권 들어선 이후의 최저임금 인상률이다.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9.0%였다. 현 정권을 제외하면 노태우(16.2%) 정권 때 인상률이 가장 높았고 이명박(5.2%) 정권 때 가장 낮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 이 수치는 2023년 5.0%, 2024년 2.5%, 2025년 1.7%로 폭락했다. 역대 정권 중 압도적인 꼴찌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이명박 정권 때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재화와 용역은 원가 이상에 판매되는 것이 원칙이다. 노동시장에서 판매되는 노동력의 가격 또한 당연히 원가 이상에서 거래가 돼야 정상적으로 공급이 가능하다. 노동력의 원가는 노동자와 부양가족의 생계비용이다. 노동자가 먹고, 입고, 자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최소한 인간으로서 존속이 가능해야 제대로 된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1만30원은 이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209만 6,270원의 월급으로 대도시에서 월세를 내고, 삼시세끼를 챙겨 먹고, 제대로 된 의복을 갖추며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식권 판매 기업에서 파악한 2024년 1분기 점심값 평균은 1만96원이었다. 한 시간을 일 해도 점심 한 끼 제대로 사 먹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큰 고통을 겪는다는 정부와 재계의 주장도 전형적인 약자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구태일 뿐이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까지 쥐어짜야 가게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런 가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맞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중장년층의 재취업률을 높이려는 제도적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가맹비도 낮춰야 한다. 무엇보다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은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역대 정권 중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기록을 경신하며 노동자의 삶과 민생을 동시에 망가뜨리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역대 최악이라 기록돼도 할 말이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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