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는 모습. 2024.07.04. ⓒ뉴시스
불과 세 달 전까지 국민의힘 선거 점퍼를 입고 총선 후보로 뛰었던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느닷없는 인사에 환경계는 술렁이는 모습이다. 김 후보자를 두고 총선 낙선자에 대한 ‘보은성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김완섭 후보자의 이력은 이리저리 뜯어보아도 환경부 전문 사안과 거리가 멀다. 기재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근무 뒤 예산실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우선 김 후보자의 ‘환경 감수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4·10 총선에서 강원 원주시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김 후보자는 당시 지역구 치악산에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는 대표적인 ‘환경파괴’ 사업으로 꼽힌다. 김 후보자는 공약 발표 당시 생태계 보전에 관한 고려보다, 경제적 성과를 내세워 개발 논리를 피력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마련된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케이블카 공약 논란에 “이제는 환경을 파괴해 가면서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애초에 ‘친환경적인 케이블카 설치’는 불가능하다. 김 후보자는 사회적 갈등을 끊임없이 낳고 있는 이 사업의 소모성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
환경계 곳곳에서 이 시점에 굳이, 총선을 막 끝내고 온 정치인 출신 인사를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인선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속출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는 성명을 내 “환경부 장관에게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자질은 환경문제에 대한 감수성과 전문성”이라며 "대통령의 인력풀에 환경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다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녹색연합은 성명에서 “기후위기, 생물다양성위기 등 당면한 인류위기 앞에 컨트롤타워로서 역할과 책무를 저버린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 개각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여야 대치 등 국회 경색 상황을 고려해 이번 인사 발표에 오랜 검토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 부담도 작용했다. 하지만 고심한 기간이 무색하게 야당에서는 일찍이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요구가 나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인선 발표 자리에서 김 후보자를 “다년간 쌓아온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 분야에 대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환경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데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또 “기후변화 대응 등 최근 환경 이슈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수장을 임명하며 기후위기의 경제 영향을 우선시하고, 김 후보자가 다른 환경 가치보다 정부 정책 ‘개발 논리’에 보조를 맞출 인물임을 거론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환경부 첫 새해 업무보고에서 개발 사업의 정당성을 부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환경 분야는 단순히 규제의 문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며 “환경 규제를 설정한 공공의 목표, 정책을 가급적이면 고도의 기술로 풀어나갈 수 있고, 규제는 풀되 기술로 풀어 나갈 수 있도록 이 분야를 산업화, 시장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환경단체는 점점 신뢰를 잃는 환경부가 ‘존재 의미를 상실한 부처’로 전락할까 우려한다.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각 지역 숙원 사업 등 개발 사업의 줄 추진도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다.
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2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 진행으로 열린다. 김 후보자 적격성에 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전국 48개 환경단체가 연대한 ‘한국환경회의’는 일부 야당 의원들과 함께 오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 지명 부적절성을 규탄한다.
기자회견 참석을 예고한 한국환경회의 한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에 “김 후보자는 현 정부의 반환경적인 국정 기조를 이어갈 명백한 보은 인사다. 김 후보자 지명 논리 구조에 대해 대통령실의 답이 필요하다”며 “김 후보자 본인도 어떤 환경 정책으로, 장관으로서 정책 비전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김 후보자는 정부 개발 사업에 들러리로 세우는 인물, 윤 대통령의 지시를 실행할 사람일 뿐”이라며 “‘규제 부서’인 환경부의 역할에 의지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키는 일을 할 사람이 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