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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수 부진 직격탄 맞은 자영업, 손 놓은 정부

폐업하고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월평균 실업자는 91만8천명이었다. 이 중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해던 사람이 월평균 2만 6천명이다. 1년 전 2만 1천명과 비교하면 23%가 급증했다. 전체 실업자 증가율이 6.9%이니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자영업자 출신 실업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크게 줄었는데, 지난해(5.9%)와 올해(23.1%)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엔데믹 이후 고용 훈풍이 지속되지 못한 건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 탓이다. 올해 1~5월의 소매판매액 지수는 작년보다 2.3% 감소했고, 서비스업 중 내수와 관계가 높은 숙박 및 음식점업과 도소매업 역시 지난해부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일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미미하다. 우선 25조원 가운데 14조원이 금융지원이다. 상환 연장, 대환대출 등 '빚 돌려막기'에 재원의 60%를 쓰는 셈이다. 배달료, 임대료, 전기료 지원처럼 비용 축소 정책도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다. 당장 자영업자 등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플랫폼이나 건물주 등에게 세금을 지원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 한 자영업의 위기는 치유하기 힘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회복세에 있다고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서 드러난 것처럼 수출 대기업의 영업 이익 확대가 내수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여기에 고물가로 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이 계속되고 있고, 가계의 평균 이자 비용도 증가세다. 월급이 줄고 이자가 올라가는 데 소비가 늘어날 리 없다. 서민의 소비가 늘어나지 않으니 자영업의 위기가 찾아오는 건 당연하다.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남은 방도는 정부의 지출 확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를 결코 허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집권 이후 내내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줬으니 당장 쓸 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수 확대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손을 놓을 정도로 재정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꼭 필요한 돈은 써야 마땅하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집중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절실하다. 이미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사실상의 독과점을 달성한 상황이니 이에 개입한 명분도 충분하다. 플랫폼과 자영업자 간의 '자율규제' 같은 한가한 태도는 접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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