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미스터리, 비밀, 범죄, 비뚤어진 사랑 등을 풀어내는 영화 '엄마의 왕국'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감독과 출연진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15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상학 감독은 '가족'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출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단편에서도 장편에서도 가족 이야기를 종종 만들게 되었는데, 이유는 가족이 가진 속성이 우리 인간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기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가족 미스터리 드라마극이기도 하다"면서 "가족은 따뜻한 휴먼 드라마 속성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미스터리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특성을 연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 '주경희'와 강제로 봉인된 기억을 찾아가는 아들 '도지욱' 사이의 거짓말과 비밀을 다루며, 평화로운 왕국이 서서히 무너져 가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는 왕국의 붕괴 과정 속에 과거, 현재, 환상 등을 영리하게 녹여냈다. 덕분에 왕국의 비밀은 더욱 짙어지고, 스릴러와 범죄는 몸집을 더 불린다. 사랑은 더 애절하고 기괴하게 느껴지게 된다.
영화 '엄마의 왕국' ⓒ영화 '엄마의 왕국' 스틸컷
감독은 과거, 현재, 환상의 등장과 관련해 "모든 집단이 그렇겠지만 가족이 기억으로 유지되고 보호되는 집단이라 생각한다"면서 "가족 안에서 어떤 기억이 없어지거나 왜곡되거나 생겼을 때 가족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미스터리가 발생한다. 그런 게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찾아가는 아들이 서로 보호하고 대치할 때 생길 수 있는 긴장과 서스펜스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이런 설정을 만들게 되었다"고 덧붙여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 자기 계발서 작가인 아들, 목사 삼촌 등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캐릭터들은 감독의 연출력에 의해 정형성을 벗어나 어딘가 독특하고 입체적인 인물로서 관객을 만나게 된다. 평범함이라는 옷을 입은 캐릭터들은 어딘지 모르게 날이 서있다.
이날 세 배우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서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히 남기애 배우는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로, 다시 한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남기애 배우는 "자신이 치매라는 것을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경희에게 공포로 다가왔을 것 같다"면서 "왜냐면 이것은 아들과 저의 공통된 비밀의 기억이 치매를 통해서 발설될 수 있고 발설되는 것이 아들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그걸 설계할 때 감독하고 진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치매가 진행되는 단계를 구체적으로 나눠서 장면별로 다 나눴다"면서 "치매 연기를 할 때 잘못하면 우리가 많이 볼 수 있는 도식적인 치매 연기에 침몰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걸 배제하기 위해서 치매를 의식하기보다 내가 어느 순간에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이 이야기를 하는 순간 어느 지점에 가 있는지 집중을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엄마의 왕국' ⓒ영화 '엄마의 왕국' 스틸컷
아들 '도지욱'을 연기한 한기장 배우는 "중점적으로 둔 키워드는 거짓, 진실 키워드가 있었다"면서 "이 인물이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고, 어디까지 기억을 못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억을 못 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일은)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내가 왜곡하기도 하고, 내가 낭만적으로 포장하기도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도지욱이 내리는 선택들이 타당성이 있고 관객에게 어떻게 이해되어 보여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대답했다.
목사이자 도지욱의 삼촌 도중명 역할을 맡은 유성주 배우는 "대본을 여러 번 읽고 나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도중명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을까, 어떻게 살아서 지금의 도중명이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인물 분석을 많이 했는데, 현장에 왔을 땐 그런 것에 대해 많이 내려놨다. 그 모든 걸 알고 한 사람을 만나면 긴장감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다 지우고 그 상황에만 몰입해야 경희나 지욱을 만났을 때 효과가 생길 거로 생각하고 그 부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목사인 도중명은 설교를 할 때 인형을 들고 한다. 그리고 복화술도 한다. 감독은 도중명의 인형과 복화술 설정에 대해 "복화술 설정은 자기가 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다른 자아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이 영화의 어울리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중명은 외면적으로는 소년 이미지로, 어린 시절 저희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인형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도중명이 갖고 있는 순수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 '엄마의 왕국' ⓒ영화 '엄마의 왕국' 스틸컷
남기애·유성주 배우는 캐릭터 구현을 위해서 기술적인 연마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기애 배우는 미용사인 주경희를 연기하기 위해 미용을 연습했다. 또한, 주경희 소원이 피아노를 갖는 것이라서, 피아노도 연습했다고 했다. 유성주 배우는 복화술 레슨까지 받으며 열의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캐릭터들은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마지막으로 이상학 감독은 "저희가 살면서 처음으로 사랑과 진실을 느끼는 순간은 양육자로부터인 것 같은데 비밀과 거짓을 만나는 것도 가족부터인 것 같다"면서 "우리의 행복은 불행이란 기준이 있기에 가능한 거니까, 그런 것들을 체험하면서 둘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에 고단한 환경에서 만든 저예산 독립영화가 개봉하게 되어서 영광이고 신기하고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훌륭한 배우님들의 연기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저예산 독립영화지만 그 가능성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 '엄마의 왕국'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공식 초청작으로, 오는 24일 개봉한다. 한기장, 남기애, 유성주 배우가 열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