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출신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임성근 골프모임을 제안하는 메시지가 올라왔을 당시 모습. ⓒJTBC 화면 캡쳐
지난달 말 도이치모터스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함께 해병대 출신 모임 카카오톡 단체카톡방에서 활동하던 멤버들의 수상한 행적들이 포착돼 의문을 사고 있다. 모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골프모임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VIP 로비가 언급된 통화 녹음 보도가 나오기 이전의 일들이다.
해당 단톡방에는 이 전 대표와 공익제보자 김모 변호사,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모 씨, 사업가 최모 씨, 현직 경찰 최모 씨가 들어가 있었다. 이들 중 경호처 출신 송모 씨와 사업가 최 씨가 지난달 6월 25일 ‘임성근 골프모임’ 보도가 나온 이후 제보자 김 변호사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
6월 2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작년 5월 3일 송 씨가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 및 만찬 모임을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그해 6월 2일 오후 1시에 임성근 사단장을 방문하고, 2시부터 골프를 친 뒤에 저녁에 사단장 및 참모들과 회식을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이었다. 이에 이 전 대표가 답변을 하고 일정을 확인해보겠다는 말도 했다.
그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도대체 왜 윤석열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이 혐의 대상에 포함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격노’를 했던 것인지, 사단장 한 명을 구제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실마리가 풀릴 만한 단서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임성근 골프모임’ 보도를 계기로 해병대 출신이면서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와 연이 있는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 과정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했다. 이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움직인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단톡방 멤버들이 움직였다. 경호처 출신 송 씨는 보도가 나온 지 닷새 후인 지난달 30일 제보자 김 변호사와 통화에서 “김용현 경호처장을 유심히 보라”는 말을 건넸다. 김 처장이 군 인사를 포함한 군 현안들을 주무르는 위치에 있으며,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 과정에도 주도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다음은 ‘민중의소리’가 확보한 두 사람의 그날 대화 내용이다.
송씨 : 오늘 서울에 가서 총리실에 있는 애들, 정보에 있는 애들 만났더니 옛날 국정원 근무하고 파견 이렇게 하고 했던 애들 만났더니, 그 모든 배경에는 지금 경호실장으로 있는 김용현이 있잖아. 군 인사나 군 문제, 군 관련. 거기가 다 이렇게 만들어 놨다고 그러더라고. 거기는 지금 거의 눈에 안 띄었잖아. 제보자 : 임성근 사단장을 그쪽을 통해서 했단 말입니까? 송씨 : 그건 잘 모르고 해병대를 쑥밭 만들어놓고 메인으로 친 게 거기라고. (중략) 송씨 : 거기가 가장 중심에 섰을 거라고 그러더라고. 새로 만난 사람들이 나한테 허심탄회하게 그럴 정도면 그런 거지. 제보자 : 감사합니다. 선배님. 송씨 : 니가 어차피 변호사고, 관심 있게 쫙 보면은, 끝끝내 그쪽 중심으로 쫙 보면은 다 나올거라는 거지. (중략) 그래서 어차피 그런 것들 유심히 보라는 이야기야. 유심히 찾고 보고 하면은. 그쪽에서 들은 얘기를 명확히 해주는 거야.
이 전 대표와 김 여사 커넥션 의혹이 한참 확산되던 시기, 송 씨는 이처럼 제보자에게 ‘김용현 역할론’을 꺼낸다. 송 씨는 임 전 사단장과의 문자 대화를 이 전 대표에게 전달해준 것으로 드러난 인물이다. 최근 공개된 작년 8월 9일자 통화 녹음에서 이 전 대표는 김 변호사에게 “송OO이가 이제 (임성근에게) 문자를 보낸 걸 나한테 포워딩을 했더라고. 그래서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깐 사표 내지 마라. 왜냐면 요번에 해병대 별 네 개 만들 거거든. 근데 아 요새 갈수록 매스컴이 너무 두드리네”라고 말했다.
송 씨가 김 변호사에게 ‘김용현 역할론’을 언급한 시점은 단톡방 멤버들 사이에서 김 변호사가 제보자로 사실상 특정돼 있었을 때였다. 김 변호사를 통해 김건희-이종호 커넥션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뤄질 것을 우려해 일종의 ‘덫’을 놓았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단톡방 멤버인 사업가 최 씨의 행적에도 의아한 부분이 많다. 최 씨는 이달 초 박정훈 대령과 박 대령의 동기를 수일 간격으로 찾아가 ‘제보자를 믿지 말라’ 등의 말을 전한 사실이 지난 14일 ‘민중의소리’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당시 최 씨는 박 대령의 거주지 근처로 찾아가 ‘임성근 골프모임’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김 변호사가 임성근과 이종호를 엮으려고 하는데 믿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이에 박 대령은 별다른 호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며칠 뒤에도 박 대령의 동기이자 박 대령 구명 운동을 하고 있는 한 인사를 찾아가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슷한 시기 복수의 국회의원 보좌진들에게도 김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카카오톡 단체방 메시지 및 이종호 전 대표의 통화 녹음에서 최 씨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 측과의 골프 모임을 제안한 사람은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모 씨였고, 이 전 대표의 통화 녹음에서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의 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 역시 송 씨였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수면 위로 드러나지도 않았던 최 씨가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 사이 관련성을 부인하면서 제보자를 음해하려고 한 배경이 현재로선 잘 설명되지 않는다.
최 씨는 박 대령에게 카카오톡 단체방에 등장한 이 전 대표의 “삼부 내일 체크하고” 메시지에서 ‘삼부’가 삼부토건의 삼부가 아니라 골프장 운영 시간대 ‘3부’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