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정책토론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하고 있다. 2024.7.16. ⓒ뉴스1
국제사회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압박으로 국내 상당수 기업이 실제로 해외 이전을 고민하거나 이미 이를 계획하고 있고, 일부 지자체는 떠나가는 기업을 붙잡기 위해 부랴부랴 재생에너지 확충에 애쓰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인데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충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서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을 중대한 위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과 경기도의 공동주최로 16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를 쏟아냈다.
“RE100 압박,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 국내기업들, 실제 해외이전 준비 그런데 OECD 국가 중 한국만 재생e 생산량 감소 “에너지 쇄국정책 당장 중단해야”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에 다가오는 (재생에너지 100% 달성에 관한) 압박은 눈앞의 현실”이라며, 한국무역협회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제시했다.
김승완 충남대 발제 자료 ⓒ민중의소리
한국무역협회가 2022년 이후 1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보유한 기업 6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3곳의 기업이 고객사 등으로부터 RE100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특히 이 중 50여 곳은 ‘RE100 가입’뿐만 아니라, 최소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요구받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주요기업의 RE100 이행 현황을 국내 사업장과 해외 사업장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더욱 우려스럽다.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다루는 범세계적 비영리기구 탄소공개프로젝트(CDP)에 따르면,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SK하이닉스 해외 사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97~100%를 달성했다. 반면, 국내 사업장에서는 고작 재생에너지 7~11% 수준에 그쳤다. 해외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이미 RE100을 달성한 사업장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너지국 국장은 이 같은 자료를 제시하며 “이 도표로 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결국 사업장을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설문에서 전체 610개 응답 기업 중 46곳이 재생에너지가 저렴한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가장 유력한 곳은 동남아, 미국, 중국 등이었다. 차 국장은 “많은 기업은, 우리나라가 RE100 달성이 가장 어려운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반도체 부분은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30% 이상이 줄어들 거라는 KDI 보고도 있고, 자동차는 15%, 디스플레이는 40%까지도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최근 연구소에서 진행한 기업 인터뷰 사례를 소개했다. 이 소장은 해당 기업이 해외 완성차 기업으로부터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50%를 요구받고 있다면서 “결국, 이 기업의 선택은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 “최근 한 지자체가 RE100을 발표했는데, 그 계기가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게 아니라 기존 기업을 계속 지역에 남아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지역 소멸과 지역 일자리 차원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중요한 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국회 토론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
경영계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에너지전환 격차를 몸소 체감하고 있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월에 다보스포럼에 다녀온 얘기를 다음과 같이 꺼냈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이 아주 중요한 세션인 세계 경제지도자 비공식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작년 OECD 모든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늘었는데, 유일하게 한 나라가 줄었다’고. 어느 나라일 것 같나? 그렇다 한국이다. 작년 OECD 전체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만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줄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대로 가면, 국내 수출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게 명약관화하다”면서, 윤석열 정부에 “에너지 쇄국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길로 빠른 속도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은 경기도 사례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어떻게 에너지전환을 이루고 경제와 일자리 등을 지킬 것인지 모색했다.
윤석열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수사와 감사를 벌이며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할 때, 경기도는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에너지전환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전체 신규 태양광 설치가 2022년과 비교해 2023년 8% 감소할 때, 경기도는 18% 증가했다. 또 산업단지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산업단지 RE100’, 아파트·주택에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고 에너지 취약지역을 재생에너지로 지원하는 ‘도민 RE100’, 주민투자를 끌어내서 공공기관의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는 ‘공공 RE100’ 등의 사업을 벌이면서 에너지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격거리 규제 등의 이유로 재생에너지 공급·확대가 쉽지 않아, 국회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RE100 3법’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