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여당의 친윤 세력은 특검법을 야당의 탄핵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2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세력은 특검 찬반으로 적아를 가르는 이분법적 태도에 빠져 있다. 야당의 탄핵 시도인 특검법을 찬성하는 세력은 배신자라는 프레임이다.
‘친윤’ 대표 후보인 원희룡 전 장관은 15일 “민주당의 탄핵 음모를 분쇄하고, 당정을 하나로 모아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후보냐, 아니면 민주당의 계략에 동조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당을 분열로 끌고 가, 결국 모두를 망하게 할 후보냐! 이게 이번 당대표 선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선 내내 일관된 주장이다. 제3자 추천 특검을 주장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공격하려는 언술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실제 친윤 세력이 ‘특검=탄핵’ ‘특검법 찬성=배신자’라는 시각을 강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 전당대회로는 비슷한 예도 찾을 수 없는 분열적이고 파괴적인 양상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도 대통령과 주변의 ‘특검 히스테리’로 보인다.
현재 주요하게 논의되는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결을 앞둔 채상병 특검법이다. 19일이면 순직 1주기로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은 국민 압도적 다수의 여론이다. 사실 특검은 검찰의 보충적 제도로서 주로 정권 핵심과 관련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활용된다. 국민적 의혹이 높고 정치적 압력이 강해지면 집권세력은 의혹을 벗고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특검을 받아들였다. 대표적 사례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을 다룬 박영수 특검이며, 이를 통해 국민적 스타로 등극해 결국 권력을 움켜쥔 이가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의 특검 거부가 이율배반적이라 비판받는 이유다.
한 전 장관의 특검법 우회로 찾기는 미래권력으로서 국민 지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경선 선두로 평가받는 한 전 장관이 대표가 될 경우를 봐도, 채상병 순직 및 수사외압 의혹을 풀지 않고는 다른 정책과 논의를 제시할 수가 없다. 물론 한 전 장관의 제안은 야당과 국민이 받아들이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럼에도 대통령 주변과 여당 안에서 특검을 무조건 탄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국민의 눈에는 의심스러운 행태다. 특검 아니라 그 이상 어떤 방법으로 수사해도 떳떳하다고 나오는 게 정상적인 태도가 아닌가. 더욱이 윤 대통령과 정치적 반대편에 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의원이 겪는 사법적 수난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태도는 내로남불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특검은 곧 탄핵이라는 주장은 역으로 이를 받지 않는 이유가 범법적 행위를 감추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키운다. 검찰총장의 거듭되는 큰소리와 달리 주가조작, 명품백 사건 모두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차 못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지난 국회에서 가결됐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돼 다시 추진 중이다. 자신과 부인이 수사 대상인 특검법을 거부한 채 특검법 찬성조차 배신자로 규정하는 모습을 국민이 더는 참기 어렵다. 140만이 넘는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이 이를 잘 보여준다. 특검이 곧 탄핵일지는 모르겠지만, 특검 거부가 더 빠른 정권 붕괴일 수는 있다. 정권과 친위세력 스스로 좁고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