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과거 나경원 후보로부터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하를 부탁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해 파장이 거세다. 야당은 나 후보의 명백한 불법 청탁 정황과 한 후보의 ‘묵인’ 드러난 만큼, 양측 모두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조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 의원의 공소 취하 청탁은 “단순히 법 위반을 넘어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며 “당사자가 직접 범죄 행위를 증언한 만큼, 반드시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불법 청탁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한 후보 문제도 크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가 부정 청탁을 받은 경우 그 내용을 신고하고, 소속 기관장은 신고 내용을 조사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며 “당시 법무부 장관인 한 후보는 불법 청탁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후보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진행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 후보와 공방 중 “나경원 의원은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말했고, 그런 식으로 저희가,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나 의원은 “그거는 구체적 사건이 아니라, 저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다만 나 후보는 “저의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하면서도, 청탁 사실 자체에 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박 의원 역시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이들 중 한 명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9년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여야 4당의 공조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처리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막겠다며 물리력을 동원해 여야가 충돌을 빚은 사건이다.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는 폭력 행위 가담 등으로 논란이 돼 민주당 등으로부터 고소·고발당했다. 나 후보는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의 회의 참석을 막기 위해 채 의원이 집무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자당 의원들에게 감금을 지시하는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패스트트랙 사건 재판은 4년이 넘도록 1심에서 계류 중이다.
박 의원은 “이번 폭로는 윤석열 정권에서 정부와 여당이 어떤 식으로 소통하고 일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다. 이런 불법 청탁이 저 때 한 번뿐이었겠나”라며 “불법 청탁을 한 나 후보, 불법 청탁임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 취하지 않는 한 후보 둘 다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공정과 정의 운운하며 이러고 살았나”라며 “나 후보의 이런 청탁은 수사 대상이다. 한 후보의 당시 이런 불법적 청탁을 받고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