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를 통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같은 해병대 단톡방(카카오톡 단체방) 멤버 송모 씨는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의 매개 역할을 한 청와대 경호처 출신 인사다. 송 씨는 작년 8월에 자신이 적극적으로 임 전 사단장의 상황을 살피고 있다며 임 전 사단장 구명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VIP-도이치 공범 커넥션’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임성근 골프모임’ 보도가 나온 뒤에는 돌연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구명 로비의 배후라는 식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민중의소리’가 확인한 공익제보자 김모 변호사와 송 씨의 작년 8월 통화에서 송 씨는 ‘요즘 해병대 어떠냐’는 김 변호사의 질문에 “나는 사단장 여기만 잘 살피고 있다”며 “내가 ‘어떤 경우가 와도 사표 내지 말라’고 하니, 자기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하더라)”고 말했다.
송 씨는 ‘윗선’의 임 전 사단장 구명 논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군작전에 실패했다던지, 아니면 내부 관리를 잘못했다든지, 근데 밖에 나가서 대민 돕다가 그런 일 벌어져는데, 그걸 사단자 책임이라고 하면 그건 말이 안 된다. 여튼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그해 7월 31일 용산 대통령실의 한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 결과를 보고받은 뒤에 격노하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해당 ‘격노’ 보도는 8월 28일에 나왔는데, 송 씨가 언론 보도 전부터 대통령실 내부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듣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종호 전 대표는 같은 날 송 씨를 매개로 임 전 사단장 측 상황을 확인하면서, 자신이 VIP 쪽에 구명 로비를 했다는 취지로 김 변호사에게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작년 8월 9일 김 변호사와 통화에서 “호종이가 (임성근한테) 문자를 보낸 걸 나한테 포워딩을 했더라고. 그래서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깐 사표 내지 마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VP 쪽에서 지켜주려고 했다는 거냐. 얘기가 원래 다 되어 있었던 거냐”고 묻자, 이 전 대표는 “그렇지. 내가 얘기를 풀었지”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3월 통화에서도 임 전 사단장이 물러났어야 한다는 김 변호사의 말에 “그러니깐. 쓸데없이 내가 거기 개입이 되어가지고. 사표 낸다 그럴 때 내라 그럴걸”이라고 답했다. 당시는 해병대 수사단 자료 경찰 이첩 및 군의 회수 시기 전후에 대통령실과 해병대 사이에 수차례 통화가 오간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을 때였다.
이러한 통화 내용들을 종합하면,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에 관여한 핵심 인물이라고 보기 충분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25일 JTBC의 이른바 ‘임성근 골프모임’ 보도로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 관련성이 처음 거론됐다. 그러자 송 씨를 통해 갑자기 전혀 다른 맥락의 말이 김 변호사에게 전해진다.
송 씨는 해당 보도가 나온 닷새 후인 6월 30일 김 변호사와 통화에서 돌연 “오늘 서울 가서 정보 있는 애들 만났더니 그 모든 배경에는 지금 경호실장으로 있는 김용현이 있지 않느냐. 군 인사나 군 문제 관련, 거기가 다 이렇게 만들어 놨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임성근 사단장을 그쪽을 통해서 (구명하려고) 했단 말이냐”고 묻자, 송 씨는 “그건 잘 모르고 해병대를 쑥밭 만들어놓고 메인으로 친 게 거기라고(하더라)”고 답했다.
송 씨는 이어 “니가 어차피 변호사고, 관심 있게 끝끝내 그쪽 중심으로 쫙 보면 다 나올 거라는 것”이라며 “그런 것들 유심히 보라는 얘기다. 들은 얘기를 명확히 해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와 연이 있는 이종호 전 대표와 임성근 전 사단장의 골프모임 추진 계획이 언급된 단톡방 대화 보도 이후 이른바 ‘김건희-이종호-임성근’ 커넥션 의혹이 확산될 즈음, 송 씨가 갑자기 김 변호사에게 ‘김용현 배후설’을 각인시키려 한 것이다. 당시 단톡방 멤버들은 제보자가 김 변호사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송 씨는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의 매개 역할을 한 만큼, 구명 로비와 관련한 자세한 내막을 이 전 대표로부터 전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송 씨가 이 전 대표의 ‘VIP’ 언급 사실이 김 변호사를 통해 폭로되는 것을 막고자 김 변호사가 갖고 있는 정보의 교란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지난 9일 이 전 대표가 VIP를 언급했다는 통화 녹음이 보도를 통해 공개되는 것을 막진 못했다.
송 씨가 김 변호사에게 ‘김용현 배후설’을 언급한 사실이 보도되자, 경호처는 지난 15일 “김용현 경호처장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 지난 6월 말에 이뤄진 전 경호처 직원과 공익제보자의 통화 내용을 근거로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설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