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나경원 ‘공소취소 청탁’, 그냥 넘길 문제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여당 유력인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공소 거래를 시도했다면, 법치주의를 뿌리부터 흔드는 심각한 행동이다. 청탁을 한 사람도,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 검찰 수사 대상이다.

한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진행한 4차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 후보와 공방 중 “나 후보가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라고 폭로했다. 이어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했다”며 “법무부 장관은 그런 식으로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거론된 사건은 나 후보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2019년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이 공조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선거법, 공수처법 등이 처리되는 것을 막겠다고 국회 안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여야가 충돌한 사건이다.

나 후보를 비롯해 여야 의원 25명이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나 후보는 일명 ‘빠루’라고 불리는 쇠지렛대를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재판은 4년째 1심이 선고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이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공소 취소 청탁’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토론회가 끝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공소 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었다”며 정당성을 피력했다.

여당 유력인사가 본인의 형사사건에 대해 정권이 바뀌고 나서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청탁한 이 사건은 그저 후보 간 공방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나 후보는 법치주의,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운다고 했는데 오히려 재판 중인 사건을 법무부 장관이 개입해 공소 취소를 해달라고 하는 이 행위 자체가 법치주의를 흔드는 행위다.

청탁을 한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사실을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을 위반해 수사 대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나 후보가 공직에 있는 시기였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언제, 어떤 경로로 청탁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 후보는 “제가 구체적으로 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 혹여 정치적 중립이라는 핑계를 들며 회피한다면 오히려 여당 인사들이어서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편향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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