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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공의 대규모 사직,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전체 전공의의 절반 이상인 7648명에 대한 사직 처리가 이뤄졌다. 18일 보건복지부는 수련병원 전공의 사직 처리 현황을 공개했다. 전공의 무더기 사직은 끝내 현실이 됐고, 의료 공백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8일 복지부는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하면서 각 수련병원에 15일까지 소속 전공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으로 신청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17일까지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에서 복지부에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했고, 지난 3월 기준 임용 대상자 1만3531명 가운데 56.5%인 7648명이 사직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내년에 배출될 예정이던 전문의 숫자는 예년을 크게 밑돌 수밖에 없다. 한 해에 그칠 문제도 아니다. 이미 기존 의료인력 수급 체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지금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되기라도 하면 사태는 더 복잡해진다. 의료 공백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해지고 장기화할 전망이다.

애초에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며 내세웠던 명분은 의사 부족 해소, 특히 필수 지방 의료 확충이었다. 하지만 그 뒤 6개월 동안 현실은 정확히 그 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장래의 의사 수급은 둘째치고 당장 돌아가던 의료 시스템마저 기능을 잃게 됐다. 의료 현장의 혼란은 수도권이고 지방이고 가리지 않고 극에 달했다. 의료 공백의 장기화는 이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정부는 대책 없이 밀어붙이기만 하다가 사태를 극단적으로 악화시켰다.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에 연연하다가 대화의 기회 자체를 날려버리고 시간만 보냈다. 정부가 이 기간에 보여준 것이라고는 독선과 무능밖에 없다.

시작할 때는 대책이 없었더라도 이제는 최소한이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증 환자 수술을 늦추고 진료를 미루며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그 사이 환자가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건강상의 피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하루아침에 국가 의료 서비스의 수준이 반토막 났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강대강 전략으로 풀릴 문제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의료인력 수급을 정상화하기 위한 이해관계자 간의 대화가 시급하다. 올해 의대 입시는 어쩔 수 없더라도 다음 해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의료 정상화를 위해서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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