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법제사법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를 찾아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7.19. ⓒ뉴시스
국회 국민 동의청원으로 촉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관련 청문회가 1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렸다. 청문회 진행을 ‘불법’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은 회의실 앞으로 몰려와 집단 항의했다.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해 여야 모두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청문회는 시작됐다.
법사위는 해병대 고(故) 채 해병 순직 1주기인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국민 청원 심사를 위해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기준, 지난달 20일 게시된 이 청원은 143만 명 이상 동의를 돌파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윤 대통령이 책임 ‘윗선’으로 지목돼 청원인이 꼽은 주요 탄핵 사유 중 하나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장내는 아수라장이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회의실 앞에 등장하자, 복도에서 ‘법사위 규탄 농성’을 벌이고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성을 질렀다. 정 위원장의 회의실 입장을 가로막는 일부 인파와 현장 취재진 등이 뒤섞이며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법사위원인 전현희 의원이 얼굴과 허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 정 위원장은 폭력을 행사한 이들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형사고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사위원이 아닌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실 안으로 따라 들어와 정 위원장이 퇴거를 명령하기도 했다. 버티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 밖으로 나가 항의를 이어갔다. 청문회가 시작되며 채 해병에 대한 묵념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국민의힘은 규탄 구호를 외쳤다.
정 위원장은 ‘중요한 안건의 심사에 필요한 경우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규정한 국회법 제65조 1항, ‘위원회는 청원이 회부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회법 제125조 5항 등을 근거로 청문회 개최 법적 근거를 설명했다.
유상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법제사법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4.07.19.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왼쪽 옷깃에 채 해병을 추모하는 근조리본을 달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좌석에 ‘꼼수 청문회 중단, 무법 국회 정상화’ 피켓을 내걸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왜 이런 사건이 국가 기관 수사 외압으로 비화되고, 왜 이것이 탄핵이라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나”라며 “오늘 청문회는 불법 청문회”라고 비난했다.
이날 법사위가 출석을 요구한 청문회 증인은 22명, 참고인은 4명이다. 이 중 신원식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김형래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실 행정관, 이윤세 해병대 공보정훈실장,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6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 박종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무단 불참했다.
한편 청문회 시작에 앞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법사위원 자격, 이해충돌 소지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인 주 의원은 대통령실 내선 번호 ’02-800-7070’으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번호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증거로 지목된다. 야당의 공세에 주 의원은 “1년 전 통화한 사람, 일반 전화로 통화한 것을 다 기억하나”라고 역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법제사법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다친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2024.07.19.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