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다더니 포토라인 면제? ‘김건희 청문회 나와라’ 목소리 높아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기습적인 비공개 조사가 황제조사, 특혜조사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라는 검찰총장의 공언이 식언이 되면서, 26일 국회 법사위의 ‘김건희 청문회’에 김 여사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패싱’ 논란과 함께 이원석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간의 예견된 갈등까지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20일 오후부터 12시간에 걸쳐 김 여사를 관할 정부 보안청사에서 대면조사 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 관할 정부 보안청사라고는 하나 김 여사가 서초동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서지 않도록 별도의 공간으로 출장조사를 나간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윤 대통령과 함께 관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4.6.10 ⓒ뉴스1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했지만, 관할 정부 보안청사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면서 “도대체 어디서 조사를 했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중앙지검 부부장과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지낸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검찰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검찰청사로 공개소환하여 조사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은 현직 대통령보다 더 안전과 보안이 필요한 특수계급이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김 여사가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미 나온 것에 비추면, 결국 김 여사의 뜻에 맞춰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특혜성 출장조사, 황제조사라는 비판이 검찰에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 “유명 배우도, 여당 대표도, 전직 대통령도 수차례 섰던 검찰청 포토라인을 역시나 김건희 여사 비켜 간다”면서 김건희 여사는 대한민국 법치 체계 그 위에 존재하냐”고 반문했다.

조사 시점도 김 여사에게 유리하게 잡힌 것으로 평가된다. 4년이나 지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나 지난해 11월 영상이 폭로되고 고발이 이어진 명품백 수수 사건이다. 소환조사 시점은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한참 늦었다. 공교롭게 조사가 이뤄지고 공개된 시점은 주말과 휴일이어서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이나 언론보도의 비중이 낮을 수 있다. 여야 모두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 일정이 빡빡한 시기이기도 하다. 더구나 오는 26일은 ‘윤석열 탄핵 발의 입법 청원’과 관련해 국회 법사위의 ‘김건희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즉 소환조사를 안 했다는 지적을 피하면서 청문회에 나가지 않을 명분을 쌓을 수 있는 시점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9.27 ⓒ뉴스1

이런 조사는 검찰의 수장인 이원석 총장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수차례 반복한 공언과 어긋난다. 영부인이라는 이유로 포토라인을 피해 별도의 공간에서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여사의 편의가 반영된 형식의 조사가 얼마나 엄정하게 이뤄졌을지도 국민들로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와 관련 검찰 내부 갈등 양상도 드러난다. 대검 관계자는 21일 일부 언론을 통해 “김 여사 조사 과정에 대해 검찰총장 및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검에 사후 통보해 왔다”며 “총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김건희 사건을 맡고 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전격 경질하고 이창수 당시 전주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령했을 때부터 갈등은 예견됐다. 이창수 지검장은 전주에서 ‘문재인 사위 특채’ 의혹을 수사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변인으로 데리고 있던 측근이다. 즉 김 여사를 소환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의견을 차단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당시에도 이원석 총장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이 총장은 직을 유지했다. ‘총장 패싱’이 사실이라면 이 총장이 지휘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 확인된 셈이다.

과거 ‘친윤 사단’이었어도 김 여사 수사에 다른 입장을 가진다면 윤 대통령이 가차없이 ‘손절’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직접 서울중앙지검과 김 여사 조사 방식을 조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검찰은 윤석열과 김건희 앞에서는 바로 멈춘다. 그들에게 윤석열은 여전히 인사권을 가진 ‘보스’이고, 김건희는 V0”라며 “검찰 인사 및 기획전문가 김주현 민정수석이 무얼 하고 있겠는가”라며 용산 개입설을 제기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회 제1당 대표이며 0.73%p로 차로 패배한 대통령 후보, 지난 2년 이상 줄곧 차기 대통령 가능성 높은 이재명 대표는 뻔질나게 불러들이고 탈탈 떨고, 김건희 여사 조사는 총장도 모르게 제3의 장소에서 소환 조사?“라며 ”포토라인 피하고 깜빡했다면 면죄부 주려는 검찰 수사를 대통령께서도 모르셨을까“라고 적었다.

포토라인에 서지 않겠다는 김 여사의 의중에 따라 용산과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조율된 조사라면 과연 얼마나 엄정한 수사가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검찰은 ‘12시간 조사’를 내세우며 철저하고 강도 높은 조사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통상 검찰 조사는 총시간과 상관없이 서류 검토, 중간휴식 등에 상당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통장잔고증명서 위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76)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7-22 14:02:19. ⓒ제공 : 뉴스1

야당은 26일 국회 법사위의 김건희 청문회에 김 여사와 관계 증인들의 출석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143만여명의 국민이 서명한 ‘윤석열 탄핵 발의 청원’과 관련해 19일에 이어 26일에도 청문회를 연다. 19일에는 채상병 사건과 수사외압을 다뤘고, 26일에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다룬다. 김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씨는 물론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최재영 목사, 이원석 검찰총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이동혁 대통령기록관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대통령실은 국회의 청문회 출석요구서 전달 자체를 거부하고 물리적으로 제지한 바 있다. 21일에도 청문회 출석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청문회에 불출석한다면 특혜성 조사가 결국 청문회를 앞둔 쇼였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김건희 청문회 거부와 방해를 실행한다면, 김건희 특검법의 국회 처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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