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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호처 건물에서 이뤄진 김건희 조사, 이게 ‘성역 없는 수사’인가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사를 전격적으로 진행했다. 여론의 관심이 옅어지는 주말을 맞아, 경호처 소속 건물에서 말이다. 소환이 아니라 방문 조사고, 유례없는 특혜 조사다.

수사를 주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5월16일 취임사를 통해 "공정을 기초로 부정부패에는 어떠한 성역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부정부패에는 전례 없이 제3의 장소에 영부인을 '모셔놓고' 특혜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전직 대통령과 재벌총수, 당대 최고 유명 연예인들이 포토라인에서 서서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검찰청사에 들어가는 모습을 줄곧 봐온 국민들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검찰총장에게는 아예 사전 보고도 없었고 대면조사 10여 시간 만에 전화통화로 보고했다고 한다. 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지 않아 사전 보고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렵지만 그렇다 해도 이것이 김 여사를 소환조사 한다는 사실 자체를 상부에 10여 시간 동안이나 숨겨야 할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

정황을 보면 이 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제멋대로 벌인 일임이 분명해 보인다. 검찰총장보다 더 강한 권력의 지휘를 받았거나, 좋게 봐줘도 눈치를 본 것이다. 이유를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검사장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부활시킨 대통령실 민정수석 설치 이후 6일 만에 전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반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국민권익위의 석연찮은 수사종결 결정에도 '차질 없는 검찰수사'를 주문해 용산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임 당시 대검 대변인을 맡았고, 성남지청장 시절 성남FC 관련 배임과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기소한 전력이 있다. 전주지검장 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 모 씨의 채용비리 의혹 사건 수사도 지휘했다. 윤 대통령이 이런 경력의 검사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마무리할 중앙지검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그러니 특혜수사는 예정된 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5년 전 검찰총장 취임사를 통해 "형사법 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라면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검찰은 그렇게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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