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 전선으로 확대된 대북 확성기 방송

21일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오후 1시 부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 전선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유로 든 것은 북한이 재개한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이다. 알려진 대로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군사 작전의 일환이다.  유엔군 사령부가 이러한 행위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정전협정 위반 여부가 있는지 조사를 벌이려는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 국한해 벌이던 방송 재개를 전 전선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오물 풍선에 대한 맞대응 차원을 넘어 전 전선에 걸쳐 군사작전을 벌이겠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

강대강 대응이 맞닥뜨려야 할 결과는 재앙적 충돌이다. 재래식 무기를 총결집시키고 있는 양 전선에서의 충돌은 크든 작든 파국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전 전선에서 군사적전을 벌이는면서도 상대 측이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건 순진한 태도다. 실제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시행되던 지난 2015년 북한은 확성기를 정조준 포격했고, 우리 군의 맞대응 사격이 이어져 준전시태세까지 치닫는 위험천만한 정국이 조성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강대강 대응 기조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그 이상의 충돌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남북 관계가 좋지 않다지만 원점으로 돌아가 해결책을 찾는 게 맞다. 탈북민단체의 대북 비방 전단 대량 살포가 문제의 출발이다. 지난 14일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더러운 한국 쓰레기들의 삐라와 물건짝들이 발견'되었다며 응분의 대가를 언급했다. 그들의 오물 풍선 투하는 우리 측의 행위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의 파국과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발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아니라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시키기 위한 행정력 발동을 우선하는 게 맞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금 상황은 9.19군사합의도 중단된 데다 남북 사이의 대화 채널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여야는 지금 당 지도부 선거에 한창이고 대통령실은 또 거부권 남발로 극심한 정치적 대치를 불러오고 있으며 민생은 민생대로 살얼음판이다. 이럴 때일수록 예측 가능한 리스크를 줄이고 첫째도 둘째도 안정을 도모해야 마땅하다. 남북 사이에 원치 않는 불장난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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