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배우 정우성의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사임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에 난민들의 현실과 난민 보호의 필요성 등을 알려온 배우 정우성 씨가 지난 3일 친선대사직을 사임했다. 친선대사직 수행 9년 만이다. 그는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기구와 나에게 끊임없이 정치적인 공격이 가해져 ‘정우성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다른 의미들을 얹으려 하기에 나와 기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자신이 사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정우성 씨가 자신과 유엔난민기구를 향한 정치적인 공격 때문에 친선대사직을 사임하게 된 건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매년 한 차례 이상 해외 난민촌을 방문하는 등 지속적이고, 헌신적으로 난민 보호 활동에 참여하며 난민과 관련한 관심을 촉구해왔다.

지난 2018년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출신 난민을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을 때도 그는 난민들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이들을 위한 보호에 앞장섰다. 당시 예멘 난민들을 두고 “가짜 난민이다”, “난민이 들어오면 범죄율이 높아진다” 등 가짜 뉴스까지 유포되면서 난민 문제는 인도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우리 사회를 범죄로부터 지키는 문제로 해석됐다. 이슬람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확산하면서 난민들에겐 ‘범죄자’, ‘테러리스트’ 같은 낙인이 찍혔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난민 문제를 우리 사회에 알린 그에겐 “위선자”라거나, “정우성 돈으로 직접 난민을 도우라”는 식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나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은 “인권국가라는 거창한 포장지를 걸치려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과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논평을 냈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진태 강원도지사도 한 토론회에서 “예멘 무슬림들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난민 허가 신청을 폐지하라는 국민청원에 수십만 명이 서명하고,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가운데 53.4%가 반대 의견을 낸 반면 찬성은 37.4%에 그칠 정도로 국민들도 난민 문제에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유엔 난민지위협약에 가입하고,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지만 여전히 난민들을 향한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난민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 등이 난민들이 면접에서 한 발언을 조작해 난민 승인을 못 받게 한 사건이 논란이 됐다.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가 국내에 잠입할 수 있다는 이유를 빌미로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더욱 좁아졌다.

정우성 씨의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사임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이들이 세계 여러 나라를 난민으로 전전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난민 문제를 언제까지 혐오와 차별의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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