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작년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조종한 혐의다. 당시 하이브는 12만원의 공개매수가를 내놓고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하려 했지만 주가가 이보다 더 올라 목표 물량 매입에 실패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의장과 카카오가 고의적으로 높은 가격의 주문을 내는 등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제기했다.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이 사건에 협력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 모씨 등은 이미 한 차례 구속되었다가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김 의장이 이들로부터 관련 안건을 보고받고 불법행위를 지시하거나 혹은 승인했다고 봤다. 김 의장은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카오는 현재 재계 순위 15위의 거대 기업집단이다. 카카오는 민주화 이후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면서 혁신 경제를 주도하겠다는 게 카카오가 내세운 사회적 가치였다. 그렇다면 독재정권 시절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 커다란 경제권력을 형성한 재벌들과 달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주가조종 혐의나 그동안 카카오에 대해 제기된 비판을 보면 이는 모두 양두구육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실망감이 든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카카오는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대리운전·꽃배달·미용실 등 골목상권에 마구잡이로 뛰어들어 자영업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핵심 임원이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면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높은 가격을 제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의혹이나 상장 후 약속을 어기고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매각해 차익을 챙겼다는 비난도 들었다. 하나같이 사회적 책임에 앞서 이익에만 몰두하면서 불법도 마다하지 않은 재벌들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카카오의 핵심 사업인 메신저 서비스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 게임과 커머스 그리고 핀테크는 모두 소비자들의 지지 없이는 존속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외적으로 사회적 평판을 중시하고 내적으로 민주적 리더십이 자리 잡을 때 성공할 수 있는 업이라는 의미다. 김 의장의 구속은 엇나간 카카오의 진로를 바로 잡을 기회다. 그런데도 카카오는 김 의장이 구속되어 조직 쇄신 작업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한심한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총수가 구속되면 범죄를 저지른 총수가 없어 도리어 힘들다고 징징대는 재벌대기업의 시대착오적인 주장과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