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대표 반응해야 할 국민 눈높이는 ‘특검법’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한동훈 후보가 선출됐다. 한 대표는 23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62.8%의 압도적 득표율로 결선 투표 없이 당선됐다. 댓글팀 운용 논란, 공소 취소 청탁 논란 등 수사가 필요한 범죄 사실 폭로전과 지지자 간 난투극까지 벌어지는 등 여당의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문자 무시 논란’ 등 사실상 김건희 여사 측의 경선 개입 정황까지 나왔지만, 여당 당원들의 한동훈에 대한 지지는 확고했다.

이번 여당 당대표 선거 결과는 총선 참패에도 전혀 바뀌지 않는 윤석열 정권과 용산의 거수기 역할만 자처하는 지금의 여당으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 여론은 물론 당심도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한 대표가 말했듯 여당 지지층은 ‘변화’를 선택했다.

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변화’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 유능해지는 것, 외연 확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의 시작은 한 대표가 선거에 나서면서 약속했던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있다. 여러 수사와 공익제보, 청문회 과정에서 대통령실 개입이 드러난 상황이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야당과 당장에라도 협의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대통령에 끌려가는 여당이 되지 않겠다는 당원과 지지층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한 대표에게 놓인 중요한 과제는 ‘상식적 당정관계’다. 여기에는 김 여사 문제가 있다. ‘특혜 조사’ 논란에서 볼 수 있듯,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특검 도입 여론이 더욱 높아진 중요한 이유다. 한 대표는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수사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느냐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있다. 이를 모른 척한다면, 한 대표가 말하는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분도 고개를 끄떡이는 정치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한 대표가 어떻게 실천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변화에 대한 약속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만을 노린 것인지 비틀거리는 정권의 국정운영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인지 밝혀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 척도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여당의 입장이 바뀌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