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실 앞마당에도 떨어진 오물풍선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풍선 여러 개가 처음으로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 떨어졌다. 24일 날아온 10차 오물풍선은 용산 대통실은 물론 국회 경내에서도 두 번째로 발견됐다. 북한이 바람 등을 정확히 계산해 대통령실에 도착시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공간까지 풍선이 날아온 것은 국민들로서는 걱정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실은 오물풍선 낙하 후 “관측장비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장소를 추정해 발견했고, 안전하게 조치했다”고 밝혔다. 즉 낙하할 때까지 감시 외에 별다른 대응은 없었다. 또한 “추가로 용산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도 관계기관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지난해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에 진입했다 복귀했고 이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 상공도 뚫린 것이 확인된 바 있다. 군당국은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스텔스무인기 전력화, 요격수단 확보를 추진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실효성을 떠나 무인기는 이런 대응이라도 하지만 풍선은 마땅한 수단이 없다. 대북확성기를 튼다고 바람 따라 날아오던 풍선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오물풍선 사태 초기에는 요격하라는 강경론이 요란했다. 군과 정부는 요격을 실패했을 경우는 물론 요격에 성공하더라고 민간인 피해가 막대할 수 있어 포기했다. 풍선에 위험 물질이라도 담겼을 경우 요격했다가는 공중에서 폭발해 광범위하게 피해를 볼 수 있다. 오물풍선에 특별한 위험요소가 없고 피해도 경미하다는 점도 감안해 판단했을 것이다. 대통령실 앞마당에 오물풍선이 떨어져 다시 강경론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핵무기는 차치하고 남북의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상호 궤멸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주장한 풍선 원점타격은 즉각 국지전 이상으로 비화할 수 있어 국민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의 호들갑과는 별개로 오물풍선에 대한 관심은 크게 떨어졌다. 10차라는 것도 언론 보도를 눈여겨봐야 알 정도지,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상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오물풍선을 부른 것은 대북전단이다. 북한에 진실을 알리기보다 몇몇 탈북인사들의 돈벌이가 된 대북전단을 제지해야 한다. 대북전단으로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이를 제지할 법적·제도적 근거는 충분하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발언을 근거로 “북한이 대북전단을 날리는 거점을 총격이나 포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근거 있는 우려다. 지금의 오물풍선이 언제 포탄으로 바뀔지 모른다면, 국민 안전과 평화 수호라는 헌법적 사명에 비춰도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대북전단을 제지하고 이를 악화·단절된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작은 실마리로 만들어야 한다. 오물풍선을 빌미로 긴장을 증폭시키는 지금의 정치적 접근은 위험천만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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