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구 청원에 관한 청문회’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폭로한 최재영 목사를 부른 뒤, ‘혁명열사릉에 참배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어떤 묘역에서 찍은 최재영 목사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여 보여주며 이같이 추궁했다.
해당 사진에는 “혁명열사릉에 참배한 최재영”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유 의원이 제시한 사진과 설명만 보면, 최 목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배한 곳에 찾아가 기념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 목사가 나온 사진은 혁명열사릉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
최재영 목사는 “혁명열사릉이 전혀 아니다”라며 “왜 혁명열사릉 묘지라고 왜곡하나”라고 항의했다.
유 의원이 미국 시민권자로 방북도 여러 번 했던 최 목사에게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사진 정보로 이념의 잣대를 들이밀려다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
유 의원은 머쓱했는지 “아 다른 곳인가”라고 되물었다.
최 목사는 “저기는 제 사진이 아니고, 김정은 위원장 사진이다. 그리고 (제가 나온) 오른쪽은 ‘재북인사묘역’이다”라며 “대한민국의 국회부의장 두 분, 국회의원 24명이 안장돼 있고, 초대 서울대 총장 이춘호 박사, 초대 고려대 총장 현상윤 박사가 묻혀있는 묘지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알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왜 왜곡하느냐’고 항의하는 최 목사에게 “내가 분명 간 게 맞느냐고 물어봤잖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최 목사는 “책에도 나와 있다”면서, 왜 왜곡하냐고 계속해서 따졌다. 실제 해당 사진은 최 목사가 2014년 통일뉴스에 연재하며 쓴 ‘최재영 목사의 남북사업통합운동 방북기’에도 담겨 있다. 해당 방북기에는 혁명열사릉이 아닌 “재북인사묘역”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김정은 위원장 사진과 최재영 목사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여 제시하며 최재영 목사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4.07.26.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유상범·최재영 질의응답
▷유상범 : 최 증인, 혁명열사릉에 참배한 적 있으신 거, 이 사진 맞죠? ▶최재영 : ... ▷유상범 : 맞는지 아닌지만 답변하세요. 맞죠? ▶최재영 : 저것은 제 사진이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 사진 아닙니까? ▷유상범 : 오른쪽을 보세요. ▶최재영 : 오른쪽은 ‘재북인사묘역’입니다. 혁명열사릉이 전혀 아닙니다. ▷유상범 : 아 다른 곳입니까? ▶최재영 : 대한민국의 국회부의장 두 분, 국회의원 24명이 안장돼 있고, 초대 서울대 총장 이춘호 박사, 초대 고려대 총장 현상윤 박사가 묻혀있는 묘지입니다. 왜 혁명열사릉이라고 왜곡하십니까? ▷유상범 :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최재영 : 왜 혁명열사 묘지라고 왜곡하십니까? 아시면서. ▷유상범 : 자, 그래서 물어봤잖아요. ▶최재영 : 왜곡하지 마십시오. ▷유상범 : 왜곡한 게 아니라 ▶최재영 : 재북인사묘역이라고 분명히 써져 있는데, 왜 혁명열사릉이라고 왜곡을 합니까? ▷유상범 : 최 증인! ▶최재영 : 말씀하십시오. ▷유상범 : 분명 간 게 맞습니까 물어봤잖아요! ▶최재영 : 위에 타이틀이 있지 않습니까? 왜 왜곡을 하시냐. 타이틀을 왜 고칩니까. 재북인사묘역이라고 책에도 쓰여 있는데.
이 같은 공방이 오가자,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위에 제목으로 ‘혁명열사릉 참배한 최재영’이라고 쓰여 있지 않나”라며 “최 증인 항변이 정당하다고 본다”라고 중재했다. 그런데도, 유 의원은 “그래서 혁명열사릉에 참배한 게 맞느냐고 하니까 본인이 아니라고 답변하지 않았냐”면서 넘어가려 했다.
정 위원장이 “왜곡 아니냐”라고 지적하자, 유 의원은 발끈해서 “그에 오류지! 무슨 왜곡이냐”라고 다시 소리를 질렀다.
정 위원장은 “생각이 다르고 주장과 의견이 달라서 충돌할 수는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바로바로 정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이 낸 북한지식사전에 따르면, 혁명열사릉은 주로 항일열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평양시 대성구역 대성산에 위치해 있다. 혁명열사릉에는 김일성의 가족인 김정숙, 김철주, 김형권 등의 묘역도 이곳에 조성되어 있다.
재북인사묘역은 자진 월북했거나 강제로 납북된 인사들이 주로 묻혀 있는 곳이다. 최 목사는 방북기에서 이곳에 대해 “재북인사묘역은 혁명열사릉이나 애국열사릉과 같이 국가에서 직접 보존소를 두고 관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통협)이라는 기관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었다”라며 “북측에서는 이곳을 특별한 묘역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국립묘지의 레벨이나 성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