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검사 핸드폰 압수는 경호처의 직권남용, 수사해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사들이 피의자가 원하는 장소에 가서 조사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피의자 측이 검사의 핸드폰을 압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대통령 경호처가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러 온 검사들의 핸드폰을 제출받았다는 것이다.

‘압수냐 아니냐’를 갖고도 논란이 있는데,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으면 조사할 수 없다’고 해서 제출한 것이면 ‘압수’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하다고 본다. 검사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피의자 측이 검사의 핸드폰을 압수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델레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2024.07.12. ⓒ뉴시스

피의자가 검사의 핸드폰을 압수?

피의자를 조사하는데,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소환하지 않고 검사들이 피의자가 원하는 장소로 방문조사를 하러 갔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특혜이다. ‘황제조사’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피의자 측이 검사의 핸드폰을 압수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검사가 피의자이고, 피의자가 검사가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그것은 적법한 일일까? 만약 적법하지도 않은데 검사들이 굴복한 것이라면, 그런 검사들을 검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런 검사들에 대해 내부 비판의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검찰청을 과연 국민세금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잇는다.

우선 대통령 경호처가 어떤 법적 근거로 검사들의 핸드폰을 압수한 것인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배우자도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대상으로 되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경호처의 경호가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는 것보다 우선일까?

다소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가령 대통령의 배우자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대통령 경호처가 그런 행위를 하고 있는 배우자를 경호한다면, 그것은 범죄의 공범이 되거나 범죄를 비호하고 방조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대통령의 배우자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를 경호하는 것은 대통령 경호처의 정당한 경호활동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든 그 가족이든 법치국가에서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활동해야 하고, 그 테두리 내에서만 경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가 초법적인 행위일 수 없고, 무제한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경호처의 공무원도 공무원이다. 헌법 제7조에서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경호처 공무원이 봉사해야 하는 대상은 여사가 아니라 국민이고, 경호를 빌미로 ‘국민의 이익’과 법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피의자가 수사받는 과정에 개입한 것은 직권남용

또한 대통령경호법 제5조 제3항에서는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범죄혐의를 받아서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검사들의 핸드폰을 압수하는 것이 ‘경호목적상 불가피’한 것이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김건희 여사의 변호인이 ‘핸드폰 폭발 우려’ 등등을 얘기했다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상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아무리 너그럽게 법을 해석하더라도, 대통령의 배우자가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는 경우에는 수사받는 장소까지의 이동과정에서 안전을 지키는 활동 또는 수사받는 동안에 그 주변을 경계하는 활동까지는 경호 활동이라고 보더라도, 수사를 받는 과정 자체에는 대통령 경호처가 개입할 수 없다. 그것은 경호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고, 수사 활동에 개입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검사가 피의자 조사를 하다 보면,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할 일도 있을 수 있고, 동료검사나 수사관에게 사실 확인을 해야 할 일도 있다. 그런데 검사들의 핸드폰을 압수한 것은 이런 수사 활동을 방해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대통령 경호처가 검사들의 핸드폰을 압수한 것은 경호의 범위를 벗어난 직권남용이다.

대통령경호법 제18조 제1항에서도 “소속 공무원은 직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번 검사 핸드폰 압수사태가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그리고 검사의 핸드폰을 압수한 직권남용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부터 따져야 할 상황이다. 대통령경호처의 직권남용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자료사진) 2022.06.03 ⓒ민중의소리

권력에 비굴하고 약자에 무자비한 검찰?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법을 공부했다는 검사들이 순순히 자신의 핸드폰을 대통령 경호처에 넘겼다는 것이다. 과연 이 검사들은 법을 제대로 따져 보기나 한 것일까?

약자에는 무자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검찰이 피의자가 권력자라는 이유로 방문조사를 해 주고 소속 검사들의 핸드폰까지 압수당해주는 것은 검찰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검찰청을 국민세금을 들여서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권력 앞에 비굴한 검찰이라면 그 권한을 축소하고 조직을 혁신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다. 이번 사태는 검찰 스스로에게 ‘사망선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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