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장하다 이진숙, 좀만 힘내면 이동관도 넘어서겠다

고등학생 시절 들었던 농담 한 마디.

“전두환이 에이즈에 걸릴 위기에 처했다. 이걸 여섯 글자로 줄이면?”
“힘내라 에이즈!”

그에 이어지는 시리즈 농담 하나 더.

“전두환이 에이즈에 걸렸다. 이걸 여섯 글자로 줄이면?”
“장하다 에이즈!”

이 농담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 옳으니 그르니 하지는 말자. 얼마나 그 시절이 암울했으면 민중들이 이런 농담을 지어내면서까지 독재자에 대한 저주를 퍼부었겠나?

그런데 이 칼럼 제목을 ‘장하다 이진숙’으로 시작하니 어휘력이 심각하게 딸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가 자기를 칭찬하는 칼럼으로 오해할까봐 걱정이 된다. ‘이동관도 넘어서겠다’는 제목에 “아싸, 내가 드디어 이동관을 넘어섰어!”라며 감동까지 하면 어쩌냐? 이진숙 씨, 이거 댁 칭찬하는 제목 아니에요. “장하다 에이즈”가 설마 에이즈를 칭찬하는 말이겠어요?

이게 방통위원장의 어휘력인가?

26일 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적인가, 자발적인가?”라는 물음에 이진숙이 “논쟁적인 사안이라 답변하지 않겠다”고 발을 뺐다는 소식은 다 들으셨을 것이다. “이게 논쟁적인 사안인가?”라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질문에 이진숙이 “논쟁적인 사안이라는 건 취소하겠다”면서도 “개인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다는 이야기.

그런데 나는 이 대목에서 이진숙이라는 사람이 기초 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들었다. ‘논쟁적’이라는 단어는 창졸지간에 당황해서 나온 헛소리라 치자. 그러니까 본인도 취소했겠지.

그러면 보통 자기 실수를 발견하고 발언을 취소했을 때, 두 번째 단어 선택은 신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진숙이 ‘논쟁적’을 취소하고 대신 쓴 단어가 ‘개인적’이다. 위안부 사건이 이진숙의 개인적 사안이냐? 이진숙의 성이 이가가 아니라 ‘위’가였어? 이름이 사실 위진숙이고 조상 중에 위, 안자 부자 쓰시는 위안부 어르신이 있었냐고? 그게 아니면 왜 위안부 사건이 네 개인적 사안인지 당최 설명이 안 된다.

위진숙, 아니 참, 이진숙의 황당한 어휘력은 그 다음으로 이어진다. 최민희 위원장이 “그게 왜 개인적인 사건인가?”라고 묻자 이진숙은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개인적’이 ‘개별적’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개별적 사안에 답을 안 하면 도대체 뭐에 답을 하겠다는 거냐? 종합적인 사안에만 답을 하겠다는 거냐? 예를 들어 MBC 사장의 해임 여부는 개별적 사안이 아니라 종합적인 부분이어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답을 한 건가?

그러더니 “뉴라이트인가?”라는 질문에는 또 “저는 뉴라이트 아닙니다”라고 정색을 한다. 당신이 뉴라이트냐 아니냐는 질문은 매우 개별적이고 개인적 질문 아닌가? 그 질문에는 또 왜 답을 하나?

위원장이 이진숙에게 “후보자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쏘아붙이자 이진숙이 “내 뇌 구조에 문제가 없다. 사과하라”고 받아쳤단다. 이건 또 왜 받아치는 건가? 이진숙 뇌 구조가 종합적인 사안이냐? 이러니 이진숙이 개별적, 혹은 개인적이라는 단어의 뜻조차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어휘력의 소유자라는 의문이 드는 거다.

이동관은 적어도 말귀는 알아들었다

나는 일본이 끼는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보수 정치인들이 왜 이렇게 삽질을 거듭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진숙이 청문회에서 저 답변을 하는 순간 보수 성향 사이트 에펨코리아에서조차 “한국에서 일본방통위원장 뽑고 있냐?”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단다. 상식적으로 저런 미친 사고방식이 보수 확장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그런데도 이진숙이 논쟁적이니, 개인적이니, 개별적이니, 그 딸리는 어휘력까지 총동원하면서 일본이 저지른 참상에 대해 피의 쉴드를 치는 이유가 뭔가? 이게 그들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라는 설명 외에는 그 어떤 설명도 가능하지 않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노조 와해 공작을 도모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MBC 용역 계약서에 대한 이훈기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7.25 ⓒ뉴스1

미국이나 유럽의 장관 후보자에게 국회의원들이 “당신은 나치의 인종차별을 지지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후보자가 “그런 개인적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버텼다고 생각해보라. 그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이 될 것 같은가?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것은 나치가 저지른 인종차별이나 일제가 저지른 침략전쟁의 만행이 인류의 보편적 상식으로 절대 용인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치를 지지하고 일제 침략을 숭배하는 미친 인간들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간들이 공직에 나설 수는 없다. 인류 보편적 상식을 거부하는 자들이 공직에서 민중을 위해 봉사할 수 없는 것은 상식 중 상식이다.

나는 역대 최악의 방통위원장으로 그동안 이동관 씨를 꼽았다. 이동관은 내가 개인적으로도 아는 인물이어서, 그가 역사상 최악의 방통위원장이었다는 내 생각을 조금도 바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진숙의 등장으로 나의 이 고정관념이 깨질 판이다. 이진숙 이 사람은 진짜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이동관도 넘어서겠다. 이동관은 적어도 말귀를 못 알아듣지는 않았다. 위안부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묻는데 “개인적 질문에는 답을 안 한다”는 초등 국어 교육도 못 받은 것 같은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진숙이 법인카드로 빵을 그렇게 많이 드셨다는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아니라 제빵 협회 같은 곳에서 빵 만드는 법을 배워라. 혹시 아나? 뒤늦게 소질을 발휘해 제빵왕 김탁구 같은 거물이 될지. 아, 참고로 이진숙 씨, 제빵왕 김탁구 씨는 빵을 잘 만드는 사람이지 탁구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니다. 하도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니 명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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