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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락한 2분기 성장률, 수출만으로 경제 살릴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의 2분기(4~6월)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25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에 비해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분기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반 만의 일이다.

이로써 정부와 한은이 목표로 삼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정부 2.6%, 한은 2.5%) 달성도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반년 동안 1.4% 성장을 이뤄야 한다. 분기 평균 0.7%씩 성장해야 하는데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경제가 이를 이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2분기 충격적인 성적표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 즉 내수 부진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항목별 성장 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소비와 투자가 전체 성장률을 각각 0.1%포인트와 0.4%포인트만큼 떨어뜨렸다. 내수 부진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이야기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주장은 오랫동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미신이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가 10년 동안 연평균 9%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이뤘던 1987~1996년 내수 시장의 비중은 수출 시장의 규모를 웃돌았다.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제어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설득력이 없다. 환율이 1,400원 대에 육박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노동자의 임금까지 깎아 가격 경쟁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면 그건 애초부터 수출 경쟁력이 없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국제 정세도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보호무역을 앞세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덜컥 당선되기라도 하면 우리가 고수하는 수출 중심 경제의 기반은 속절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미신을 버리고 민중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를 경제의 한 축으로 다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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