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도광산 강제노역 없다’ 동의해준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동원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외교부는 27일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권고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할 것과,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선제적 조치라는 것의 실체를 보면 대부분 꼼수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윤석열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이어지는 외교 참사에 분통이 터진다.

ICOMOS가 언급한 ‘전체 역사’의 의미는 일본이 주장하는 에도시대뿐만 아니라 메이지유신 이후 제국주의 침략전쟁 시기까지를 포함하라는 의미다. 에도시대에는 금광이었지만 태평양전쟁의 군수자원인 구리,철 등을 캤다. 광산노동을 기피해온 일본인 대신 조선인을 강제동원하여 수많은 희생자를 낸 곳이다. 이 같은 사실은 강제로 동원되어 이국땅 지하 갱도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던 조선인 노동자의 비극적 삶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야 한다는 한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네스코도 이 같은 한일 역사 관계를 중시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래야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외교부가 밝힌 ‘일본 정부의 선제적 조치’는 사도광산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로 2㎞ 정도 떨어진 기타자와 구역에 있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2층 한구역에 마련된 ‘조선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이름의 전시 공간을 의미한다. 7월 28일부터 공개된 전시실을 보니 비참한 생활상은 그렸지만 강제노동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현장에 반영해야 한다’는 국제기구의 권고와도 물리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다. 멀찌감치 숨겨놓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강제노역의 피해자인 조선인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한국 정부의 반발이 이어졌다면 등재는 이번에도 또 보류되었을 것이다. 유네스코 등재 하루 뒤인 28일 공교롭게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첫 문서가 발효됐다. 앞으로 일본과 군사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 보장’이라는 공식 발표에 따르면 매우 포괄적인 안보동맹을 준비하는 듯하다. 한국과 일본이 군사협력을 하기로 했으니 지난 일은 다 잊어도 되는 것일까. 침략과 폭력의 역사를 뒤로한 채 새로운 관계는 힘들다. 한일 역사 관계에 대한 끝없는 역사 왜곡의 종착점은 재무장한 군국주의 일본일 수 있다.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면 굴욕이지만 알고도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면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반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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