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산 지연과 환불 사태로 혼란을 일으켰던 티몬·위메프가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들 회사의 회생 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상거래 채권이 모두 묶이게 되는 만큼 사태는 장기화된다. 청산 절차로 들어간다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구영배 큐텐 대표가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대처로 사태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이다.
구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금번 사태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통감하며 그룹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 개인 재산도 활용해서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펀딩과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고 큐텐 보유 해외 자금의 유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구 대표의 약속은 불과 반나절도 지나기 전에 휴지 조각이 됐다.
청산이건 회생이건 채권자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채권자 상당수가 소상공인이라는 데 있다. 이커머스(E-commerce)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티몬과 위메프는 정확한 판매자 피해 규모조차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적자가 나는 사업을 무리하게 키우다 생긴 문제인지, 정산 주기를 활용해 돈을 빼돌려 다른 투자에 활용하면서 발생한 사건인지는 당국의 검사와 수사로 밝혀야 한다.
정부는 긴급 회의를 열고 최소 5천600억원의 유동성을 투입하기로 했다. 피해기업의 대출·보증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하고,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납부 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는 조치도 취했다. 정부가 급전을 빌려준다고 해도 근본적인 피해 구제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민간기업이 저지른 사고를 정부가 무조건 책임지라고 하기도 어렵다.
다만 이런 사태를 미연에 예방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 플랫폼과 '을'이라고 할 입점 업체 간 대금 정산에서 적정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하도급대금에 대해 법정지급기일을 정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크고 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넓은 대형 플랫폼에 대해서도 유사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