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사외압 사건을 야당발 제보 공작으로 둔갑시키려는 여권의 파렴치

국민의힘이 29일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발 수사외압 의혹을 ‘야당발 제보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사기 탄핵 공작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를 했다는 대화가 오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의 통화 녹음을 제보한 김규현 변호사가 최근에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과 만났다는 한 매체의 보도가 유일한 근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변호사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사무총장은 “이 사건의 전말은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고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 권력을 탈취하려는 제보 사주 사기극”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몰이를 위해 김 변호사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치밀하게 짜놓은 제보 공작 정치 사건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밑그림을 그려놓고 음모와 공작으로 방송과 협작해 국민을 속이고 권력을 탈취하겠다는 야욕”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로 적시된 사실에 대해 격노하고, 해병대 수사단 기록이 경찰로 넘어갔다가 회수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 사람들이 국방부 측에 수차례 전화를 하는 등 수사외압의 근거들이 차고 넘치는 데 반해, 여권의 ‘야당발 제보 공작’ 주장은 그 근거가 지나칠 정도로 미미하다. 더구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자신들을 향하는 각종 수사외압 의혹 개별 근거들에 대한 해명을 단 한 번도 명시적으로 내놓은 적이 없다. 채상병 사건 등을 다룬 ‘대통령 탄핵소추안 요청 국민동의청원’ 국회 청문회도 두 차례에 걸쳐 열렸으나, 대통령실 사람들 누구도 국민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용산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던 여당이 출처조차 알 수 없는 보도 하나를 근거로 ‘제보 공작’ 운운하는 건 구차하고 낯뜨겁다.

김 변호사가 야당과 내통해 이른바 ‘임성근 구명로비설’을 기획한 것이라면, 그동안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 변호인단에서 활동하거나 박 대령 구명 운동을 어떻게 공개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 신청 역시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뒤에서 어떤 음모를 꾸미는 사람에서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김 변호사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종호 전 대표와의 친분 때문에 이 전 대표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는 데 있어 내적 갈등이 있었고, 그 점에 대해 박정훈 대령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여당이 김 변호사를 위증 혐의로 고발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이 사안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채상병의 유가족은 지난 26일 임 전 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불송치하기로 한 경찰의 결정에 대해 이의 신청을 했다. 이러한 경찰의 결정은 윤 대통령의 격노와 대통령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국방부의 이첩 기록 회수 등 각종 석연찮은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다. 특검을 통해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도 여전히 60%를 넘는다. 여당의 수장으로 새로 선출된 한동훈 신임 대표 역시 ‘국민 눈높이’를 말하며 특검 필요성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 제보 공작 주장은 한동훈 대표의 입장과도 상충한다. 여당은 어줍잖은 물타기 시도로 대통령을 지키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대중과 유가족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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