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취재와 리서치로 만들어낸 창작극 20일부터 8월 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탈북 브로커인 한 여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여기는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이다. 여자는 아이를 데리고 탈북을 했고 대사관 앞에서 아이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아이는 중국 공안에 체포되고 여자만 대사관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여자는 아이가 북송될까 봐 불안하다. 그런 여자에게 의문의 사람들이 찾아오며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진다.
연극 ‘당연한 바깥’은 이렇게 시작된다. 탈북 브로커의 존재가 놀라울 것은 없다. 엄연히 대한민국에는 탈북민이 있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군사분계선이 존재하는 이 땅에서 경계를 넘는 것은 당연하지 않지만, 경계를 넘는 사람들의 존재는 당연한 사실이다. 이 작품은 제59회 백상예술대상 백상 연극상을 수상한 이양구 작가가 여러 실제 사건과 모티프를 바탕으로 엮은 허구의 이야기다. ‘당연한 바깥’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탈북 브로커 ‘여자’를 통해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 걸까?
경계를 넘는 사람들
여자 앞에 나타난 의문의 사람들은 국가 정보기관 중국지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조건을 수락하면 아이를 남한으로 보내주겠다고 제안한다. 아이를 찾기 위해 여자는 제안을 수락한다. 여기까지는 탈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음 직한 이야기다. 하지만 여자는 탈북 브로커다. 혜산, 장백, 베이징, 쿤밍, 루앙 남사 등 방대한 동아시아 지역을 오고 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아이를 찾기 위한 여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여자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에서 만난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목적으로 경계를 넘거나 넘으려는 사람들이다. 국가 정보기관 직원인 서진과 국가를 위해 경계를 넘나들며 일을 한다. 또 다른 국가 정보기관 직원인 종우는 북한에 거주하던 재북 화교 출신으로 귀화했다. 종우 역시 경계를 넘어 정보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심리전 연구자다.
연극 ‘당연한 바깥’ ⓒ프로젝트그룹 쌍시옷, 두산아트센터
여자의 심리 상담을 하러 온 의사도 탈북자다. 가족을 위해 탈북한 그녀는 번듯한 의사가 되었지만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다시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북한 내에서 여자의 탈북 브로커 활동을 돕고 있는 조력자인 청년은 동생의 탈북을 여자에게 부탁했다. 여자가 찾고 있는 아이가 바로 청년의 동생이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던 등장인물들은 여자를 중심으로 경계를 넘고 경계를 넘어간다. 의사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경계를 넘고, 서진은 여자에게 납북된 군인을 찾아 데려올 것을 요청한다. 그렇게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경계를 넘나들던 이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아주 좁고 위험한 경계선 위에 선 이들은 무사히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경계를 넘어 찾아야 할 새로운 길
의사가 경계를 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서진은 본부의 질책을 당한다. 청년은 납북된 군인이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위험을 무릅쓰고 데려온다. 서진도 청년도 이유는 하나다. 그들은 만나기를 원하고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여자는 말한다. 자신은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할 뿐이라고.
분단을 겪은 세대에게 ‘경계’는 갈등과 반목의 역사로 각인되어 있다. 그렇다면 태어나 보니 분단국가인 세대에게 ‘경계’는 무엇일까? 연극 ‘당연한 바깥’을 통해 이양구 작가는 “좁은 길을 오가는 탈북 브로커와 그가 만난 사람들의 여정을 마치 그리스 신화의 미궁 속에 난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리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경계를 넘는 사람들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찾아야 할 새로운 길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당연한 바깥’의 무대는 객석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무대로 확장시켰다. 공간만 있을 뿐 별다른 소품이나 조명도 없이 배우들의 등·퇴장만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구성은 관객이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2019년 제56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강지은은 무심하고 감정이 절제된 탈북 브로커 ‘여자’역을 찰떡같이 소화한다. 배우 공상아, 김효진, 우범진, 장석환의 노련한 연기 역시 작품을 이끌어 가는 힘이 된다. 연극 ‘당연한 바깥’은 8월 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연극 ‘당연한 바깥’
공연 날짜 : 2024년 7월 20일(토) - 8월 4일(일) 공연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연 시간 : 평일 20시/토·일 15시/월 공연 없음 * 전 회차 한글, 영문 자막 진행. * 7.26.(금) 20시, 27(토) 15시, 8.3(토) 15시 공연 수어 통역 회차 제공. 러닝타임 : 110분 관람 연령 : 13세 이상 관람가 창작진 :작 이양구/연출 송정안/프로듀서 김진이/드라마터그 전영지/조연출 송진주/무대디자인 조경훈/조명디자인 고귀경/사운드디자인 조은희/의상디자인 홍문기/분장디자인 장경숙/분장 어시스턴트 한도희/영상감독 박영민/그래픽디자인 Bitnaneun 출연진 : 강지은, 공상아, 김효진, 우범진, 장석환 티켓 예매 : 두산아트센터 공연 문의 : 프로젝트그룹 쌍시옷 (0507-1358-8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