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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초로 ‘성평등·친환경’ 내세운 파리올림픽

지난 27일(한국시각) 2024 파리올림픽이 개막했다. 17일간의 올림픽이 끝난 이후 8월 28일부터는 패럴림픽이 치러진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린 이번 올림픽은 ‘성평등’과 ‘친환경’을 대회 전면에 내세우고, 개막행사부터 경기종목, 경기장 내외 시설, 숙소 및 음식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역사상 가장 ‘성평등’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선수단 규모만 보더라도 전체 1만1215명의 선수단 중 여성 선수가 5503명(49%)이 참가해 올림픽이 열린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의 출전선수는 모두 남성이었고, 처음으로 여성이 출전했던 1900년 파리올림픽에서도 여성 선수의 비율은 2.2%(전체 997명 중 22명)에 불과했다. 종목에도 변화가 있었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티스틱 스위밍(수중발레) 단체전에는 처음으로 남자 종목이 추가되었고, 마라톤에서도 혼성 계주가 신설되었다. 올림픽 폐막일의 대미를 남자 마라톤이 아닌 여자 마라톤이 장식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 밖에도 아이와 함께 온 선수들을 위해 선수촌에 보육시설을 마련하거나 올림픽 주관방송사에서 성평등 촬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경기장 밖과 미디어의 풍경도 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성평등과 함께 중요한 목표로 내건 ‘친환경 올림픽’은 경기장 신축을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사용하는 경기장의 95%는 기존에 있던 경기장이거나 파리 시내 명소를 경기장으로 바꾼 곳들이다. 신축 건물에는 천연 자재와 플라스틱 폐기물이 사용되었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대회에 필요한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했다. 당연히 1회용 용기는 경기장에 반입할 수 없다. 선수와 자원봉사자 등에게 제공되는 음식 역시 수입이 아닌 대부분 프랑스 식재료를 사용하고, 남은 음식은 동물 사료나 퇴비로 쓰이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안들을 시도한다 해도 전 세계인이 한 나라에 모이는 운영방식 자체가 이미 ‘친환경’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성비를 맞추는 것만으로 성평등이라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들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올림픽이 순위와 메달, 경제적 이익만을 주되게 조명해 왔던 반면, 이번 파리올림픽은 ‘성평등’과 ‘친환경’이라는 의제를 올림픽 무대로 가져왔다. 이런 모습이 다른 국제대회나 국내 스포츠 환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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