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는 어떻게 세계 각국에 뿌리박고 있는가

2024년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사진=나토

편집자주

서유럽 국가간 군사적 협력을 통해 공산주의의 확장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 주도로 1949년에 설립돼 지금도 미국의 군사 및 외교 정책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NATO가 여전히 건장하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에도 NATO는 사라지기는커녕, 동유럽으로 확장을 시작했다. 특히 2004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공화국 가입을 포함한 대규모 확장은 NATO의 지리적 범위를 대폭 넓혔다. NATO의 지속적인 확대는 국제사회의 갈등을 심화시켜 오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NATO 존속에 대한 반발은 매우 적다. 그 이유를 살펴본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을 간결하게 압축했음을 밝힌다).    

원문:  NATO’s Civilian Bases

유럽 전역의 거의 모든 주요 정당, 특히 사회민주당이 별 거부감 없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토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 불법 전쟁, 환경 파괴, 핵전쟁의 위험 등은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스위스나 덴마크가 곧 침공당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전쟁 반대, 나토 반대’와 같은 반(反)나토 운동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명확한 이유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적, 외교적 결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강한 유대는 현재의 담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애틀랜틱카운슬과 같은 로비 단체와 미국외교협회,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 등의 국영 싱크탱크가 공개적으로 나토를 홍보하고 있고, 나토는 청년 북대서양조약협회(YATA)와 같은 젊은 전문가, 대학생, 연구자로 구성된 국가 조직 네트워크도 독자적으로 갖추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토는 1954년 시작된 비밀스러운 빌데르베르흐 회의를 통해 회원국의 정치, 경제, 학계, 언론 엘리트를 통제하고 있고, 글라디오 작전, 페이퍼클립 작전 등으로 군사 및 정보기관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48년 기독교 민주당에 대한 CIA 자금 지원, 영국 노동당 내 핵 군축 위원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간섭 등 각국의 정당과 비정부기구에 대한 나토의 직접적인 개입도 있다. 이러한 여러 요소가 나토의 길을 열었다. 동유럽에서는 경제, 문화, 과학 기관이 파괴돼 나토의 침투는 더욱 쉬웠다.

많은 나토 기지에 대한 항의들이 지금껏 있었지만, 나토의 경제적 혜택을 좋아하는 지지자는 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나토를 지지해 왔다. 전후에 해방된 국가든 점령된 국가든 유럽 전역의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요즘에도 민간 산업의 많은 부분을 외주화, 팬데믹, 지역 주민의 저항, 환경 비용 등으로 관광 산업이 하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는 경제의 군사화를 반기는 사람도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2024년 팩트 시트에 따르면, 나토와 여러 유럽 국가에서 무기 생산이 많이 증가했고, 중동을 비롯한 갈등 지역으로 판매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제 노동자, 많은 노조원, 심지어 일부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도 전쟁 산업과 성장하는 민간 군사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에릭슨 부부가 지적하듯 ‘(민간과 군사)이중용도 기술 개발과 군사 영역에서 민간 영역으로 기술 이전 활성화 등으로 국방사업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화, 위성 기술, 양자 기술과 포토닉스(광자 기술)의 결합, 고용량 무선 통신, 빅 데이터 네트워킹을 통한 5G의 급속한 발전에서 군사와 민간의 구분이 특히 모호해지고 있다’.

브뤼셀에 있는 나토의 초대형 본부와 유럽 전역의 군사 기지, 기관, 작전, 회의, 군사훈련 등은 다양한 분야의 물자와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2023년 나토의 계약 데이터베이스에는 €80,000(약 1억 1,600만 원) 이상의 주문이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룩셈부르크의 소모품, 벨기에의 텐트 및 회의 센터 장비, 프랑스의 겨울 의류, 알바니아의 토목과 기계, 스웨덴의 의료 장비, 영국의 방수 가방, 여러 나라의 예비 부품 공급업체 등이 있고, 여기에는 없는 더 작은 계약을 맺은 업체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800,000(약 11억 6,000만 원) 이상의 입찰 목록에는 이탈리아의 의료 시설,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교육 서비스, 이탈리아와 터키의 군용 침대와 모기장 등이 있다. 이런 계약은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토는 또한 여러 국가의 대학과 군사학교와 연계해 각종 훈련이나 연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 독일, 프랑스에는 나토와 협력한 고등 훈련 프로그램과 방위 사관생도 프로그램이 있다. 또 미국 국방부가 전 세계 대학 및 과학 연구소와 직접 계약을 맺고 무기 개발, 나노 기술, 생명 공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나토 자체 훈련 기관도 여럿 있다. 34개 회원국과 파트너국에 '파트너십 훈련 및 교육 센터'가 있고, 스위스 제네바에 보안정책 센터, 이스라엘에 군사의학 아카데미, 세르비아에 화학, 생물학, 방사능 및 핵 훈련 센터, 몽골에 평화 지원 작전센터, 콜롬비아에 국제 지뢰 제거 센터, 이탈리아에 국제인도법 연구소, 영국에 국방 아카데미 등이 있다.

또 다른 나토의 네트워크 중 하나는 28개의 '우수센터'이다. 각국의 자금과 나토의 인증으로 운영되는 우수센터는 회원국 및 파트너국의 지도자, 전문가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국제 군사 조직이다. 네덜란드의 민-군 협력 센터, 불가리아의 위기관리 및 재난 대응 센터, 이탈리아의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센터, 라트비아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센터, 캐나다의 기후 변화 및 안보 센터, 터키의 해양 안보 센터 등이 있다.

(터키의 해양 안보 센터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해양 안보 분야 학술연구 센터 및 실질적 훈련의 다국적 중심지로서 전문 지식을 제공하며 해양 무역, 에너지 안보, 해양 환경, 해양 자원, 공중 보건, 해양 운송-물류 등 관련 영역과 협력한다. 해양 안보 센터는 정부, 산업, 학계 및 민간 부문의 협력을 위해 노력한다’. 이를 보면 나토 우수센터의 목표를 짐작할 수 있다.) 

나토는 거대한 '민간인 외교' 부서를 갖추고 각종 인쇄 및 전자 매체를 통해 활동하기도 한다. 현장 방문을 통해 기자들은 아드리아해의 USS 조지 H.W. 부시 항공모함을 타고 이탈리아 로마의 지하철역에서 대테러 전문가들과 어울린다. 이 부서는 수많은 싱크탱크, 대학, 비정부 기구 및 기타 시민 사회 단체에 보조금을 주며 다양한 주제와 관련해 특히 청소년과 여성, 인플루언서를 상대로 아웃리치를 펼친다.

메르예 쿠스 교수의 지적대로 나토는 수많은 NGO를 통해 자기 메시지를 생산하고 홍보하며, 여러 국가의 외교부와 국방부, 민간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자신을 대중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조직한다.

나토는 교육, 엔터테인먼트, 청소년 인플루언서, 축제, NGO, 심지어 진보운동이나 인권운동 등에 점점 더 빠르게 침투하며 간접적인 영향력도 행사한다. (나토는 자기가 민주주의 국가의 주요 연합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특히 '전체주의'라는 꼬리표를 떼려는 동유럽 정권에게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주목할 만한 예로는 '여성, 평화, 안보' 의제가 있다. 릴리 린치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2018년 1월,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전례 없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전쟁에서의 성폭력 문제를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기자 회견 직전 둘은 '나토가 여성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가디언 기사도 공동 집필했다. #미투 운동이 절정일 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 동맹이 페미니스트 동맹이 된 것이다. '성 기반 폭력을 종식하는 것은 평화와 안보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의 중요한 문제이다'고 그들은 썼다. '나토는 이 노력의 선두에 설 수 있다‘. 여성단체가 나토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나토가 획득하는 정당성에 관한 한 연구는 페미니스트가 '나토에 조언'하고 '그들이 보통 듣지 못하는 것을 듣게' 하며 '권력에 진실을 말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하는 활동가도 생겼음을 보여줬다.

기후 변화는 나토의 핵심 안보 위협 목록에 포함돼 있다. 환경운동가가 나토 회의에서 발언하고 반대로 나토 인사가 환경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공식적으로 상호작용한다. 2020년 브뤼셀 기후외교 대화와 환경 및 개발자원 센터 회의가 나토 사무총장의 정책기획 부서에서 주최되기도 했다.

나토는 최근 청년을 대상으로 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나토는 2022년 '미래를 보호하라' 캠페인을 통해 독일, 헝가리, 라트비아, 스페인, 영국과 미국에서 12명의 젊은 온라인 크리에이터를 나토 정상회담에 초청하고, 사무총장을 만나고 항공모함 체험과 훈련에 참여하게 했다. 이를 통한 SNS 참여는 30만 건을 넘었다.

나토는 젊은 예술가를 모집해 나토가 발간한 첫번째 만화 '미래를 보호하라'를 제작하게 하고, ‘청소년 정상회담’을 개최해 9개국에서 35,000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또한 2023년에는 폴란드에서 게임 토너먼트를 개최해 전 세계 수천 명의 젊은 게이머가 모여 군인, 나토 전문가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전시회, 벽화, 경연대회 후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에게 나토를 홍보하게 한다. 나토는 ‘미래를 보호하라' 캠페인의 일환으로 워싱턴D.C.에 작품을 영구히 전시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층에게 다가가고 있다.

네트워크 거버넌스 시대에 맞춰 나토는 유럽연합, 유엔, 유럽 평의회 등 많은 정부 간 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세계 경제 포럼, 국제 앰네스티 등의 국제조직과도 연계돼 있으며, 이 조직을 통해 수천 개의 NGO, 재단 및 기업과 얽혀 있다. 지그브뉴 브레진스키의 말대로 ‘[미국과 나토는] 헤게모니 행사에 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합의를 도출하고 권력과 영향력의 불균형을 은폐할 기관과 절차를 고안했고, 이들을 연결해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이런 네트워크가 나토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 나토의 영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나토는 여느 정부 간 기구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진보 조직이나 좌파 단체 회원은 나토와의 대립을 피하라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선출직 정치인, 직원, 대학 및 기타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 NGO 및 계약업체 등 나토와 관련된 개인과 단체의 어마어마한 숫자 자체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아직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지만, 더 유망하고 흥미로우며 상대적으로 돈도 많이 주는 나토와 연결된 기관의 일에 진보적 활동가들을 빼내가는 ‘두뇌 유출’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는 유럽에서 나토에 대한 수동적 또는 능동적 지지를 위한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층적인 영향력과 경제적 연결고리가 유럽에서 나토의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나토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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