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위해 ‘주 평균 78시간’ 달려” 숨진 쿠팡 택배기사 유족, 산재 신청

고 정슬기 씨 아버지 “쿠팡, 사람 죽어가는데 아무렇지 않은가”

택배과로사대책위 관계자들과 고 정슬기씨 아버지 정금석 씨가 31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연이은 쿠팡 과로사고, 정부가 나서라! 주평균 노동시간 78시간!로켓배송 과로사 피해자 고 정슬기님 산재신청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4.07.31 ⓒ민중의소리


쿠팡의 새벽 로켓배송을 해오다 숨진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41) 씨 유가족이 31일 정 씨의 죽음은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며 산재를 신청했다. 원청인 쿠팡CLS 직원의 “달려달라”는 재촉에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했던 고인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과로사 산재 기준을 훌쩍 넘긴 78시간(야간할증 적용)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정슬기 씨의 과로사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쿠팡 CLS에 있다”며 정 씨의 산재가 인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씨는 주 6일 심야 새벽 배송을 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정 씨가 쓰러지기 전 4주 동안 야간 할증(30%)을 감안한 주 평균 노동시간은 78시간 26분으로, 12주 동안 주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 39분으로 추산된다. 현재 과로사 인정 기준은 발병 전 4주 동안 주 평균 64시간, 12주 동안 주 평균 60시간이다.

정 씨는 ‘공짜 노동’인 택배 분류작업을 매일 했으며, 20km 거리인 캠프와 배송지를 하루 3번 왕복해야 했다. ‘오전 7시’로 정해진 쿠팡의 배송 마감 시간에 맞춰 하루 평균 260개의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쉼 없이 중압감을 느끼며 달려야 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정 씨의 메신저 대화 내용 ⓒ전국택배노동조합


자신의 배송 구역에 할당된 물품을 다 배송했더라도, 다른 택배노동자가 마감 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원청으로부터 직접 지원을 요구받았다. 정 씨가 쿠팡CLS 관리자와 주고받은 1대1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쿠팡CLS 관리자는 정 씨에게 “언제쯤 마무리되나, OO님이 많이 남아 가실 분이 슬기 님밖에 없다”, “마무리되면 OO님 도움 좀 부탁드린다. 좀 많이 남은 것 같다”고 요구하고, 정 씨는 무리한 상황에서도 이에 응해야 했다.

유가족을 대리하는 김종진 서비스연맹 법률원 노무사는 “이러한 시스템은 모두 쿠팡이 설계한 표준적인 배송 시스템에 의한 것이었다”며 “항상 정신적으로 부담감을 안고 고강도 육체적 업무를 수행해야 했고, 이런 업무는 과로를 누적시켜 결국 재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재해자의 장시간 업무와 업무량, 업무 부담 가중 요인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 재해는 결국 산재로 인한 사망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위해 희생된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위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쿠팡도 동참시키고, 심야 새벽 배송을 규제할 내용을 추가해야 죽음의 로켓배송을 멈출 수 있다고 호소했다.

대책위 박석운 공동대표는 “새벽 배송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논의해야 한다. 교대제 실시나 노동시간 단축 등 공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러한 논의를 거절하고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쿠팡 노동자를 과로사로 사망하게 하는, 사실상의 살인 행위에 계속 가담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 씨의 아버지인 정금석 씨는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소중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누구는 캠프 작업장에서, 누구는 배송일 때문에, 누구는 새벽에 불어난 물 속에서 배송을 하려다 물에 휩쓸려서 그렇게 죽어갔다”며 “쿠팡에 묻는다. 이렇게 사람이 죽어가는 데도 정말 아무렇지 않은가. 그저 남의 일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제라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이 땅에서 아들과 같은 억울한 노동자들의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택배과로사대책위 관계자들과 고 정슬기씨 아버지 정금석 씨가 31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연이은 쿠팡 과로사고, 정부가 나서라! 주평균 노동시간 78시간!로켓배송 과로사 피해자 고 정슬기님 산재신청 기자회견에서 산재신청서를 들고 있다. 2024.07.31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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