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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이 문제가 아니라 전력 집중이 문제다

데이터센터, 도심 혐오시설이 되다

지난 7월, 김포한강아이파크 아파트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김포시청 앞에서 착공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전력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근 주택과 학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부동산서비스기업 세빌스코리아가 지난 4월 발행한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 중 35%는 1년 이상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주민 민원은 공사 중단의 주요 요인이다.

GS 건설 계열사인 마크나 PFV는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에 17,000 제곱미터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내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가 여전히 거세다.

주민들의 저항으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철회된 사례도 있다. 2021년 안양시는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효성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부지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9월 사업을 접었다. 네이버는 2019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다 세종으로 사업지를 옮겨 지난해 말 준공했다.

정부,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 방안을 내놓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2024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준공 예정인 데이터센터의 85%는 수도권에 위치한다. 2029년까지 건설될 732개 신규 데이터센터 중 601개도 수도권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까지 수도권에 건설되는 신규 데이터센터 중 6.7%만 즉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2023)에서 밝혔다.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소모량 분산과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우며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3월,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5MW 이상의 전력수요가 전력계통에 부담을 줄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전기공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전력 기본공급약관 시행세칙도 개정해, 비수도권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신설할 경우 시설부담금 50%를 감면하고 예비전력요금도 면제받도록 했다. 2024년 6월부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가 적용되어 수도권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전기요금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다. 전라남도 해남은 기업도시 ‘솔라시도’ RE100 산업용지에 4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25개 동을 2037년까지 조성한다.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염해농지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도 들어선다. 지난 6월, 솔라시도는 정부 12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어 특구 내 기업들은 취득세와 재산세를 100% 감면받는다. 포항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1조5000억 원을 들여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개발하는 중이다. 춘천시도 데이터센터 집적 단지 ‘K-클라우드 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pixabay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될 수 있을까?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현상은 완화될 것 같지 않다. 첫째, 테크기업들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비상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접근성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비수도권 지역으로 분산될 가능성은 낮다. 둘째, 수도권에 위치할 데이터센터의 90%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가 개발한다. 세빌스코리아가 작성한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2024)에 따르면, 2027년 말에는 재무적 투자자가 공급한 데이터센터 용량이 전체 공급량의 56%를 차지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의 목적이 투자에 대한 이익 창출로 수렴될 수 있다.

2021년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경기도 하남시에 총사업비 3,500억 원을 들여 총용량 40MW의 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임차인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2022년 발생한 대규모 먹통 사태 후 재해복구 능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도심 접근성이 좋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선택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준공 1년 만에 데이터센터를 매물로 내놓았고, 올해 6월 글로벌 인프라 투자운용사 맥쿼리가 1조 원에 인수했다. 데이터센터 개발 이익은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화를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부지 혜택이나 세금 감면보다 더 매력적인 액수다.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 2023년 3월 개정된 「전기사업법」 시행령은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계통평가를 강화하기 위한 규정을 추가했다. 2024년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전기 사용 예정자에게 전력계통영향평가 실시와 이에 따른 보완 조치 이행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전력계통영향평가의 기준은 그대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2023.8)에서 전기 사용 시설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표준화된 도구가 없음을 지적했다. 전력계통 혼잡으로 인한 전기 공급 지연은 수도권에서 종종 발생했기 때문에, 이 두 법적 제도가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려는 사업자에게 미칠 영향은 조금 더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데이터센터의 문제점부터 짚어봐야 한다

아일랜드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가 몰려있다. 낮은 법인세와 저렴한 전기요금 덕분이다. 아일랜드 전력회사 얼그리드는 2028년에는 데이터센터가 아일랜드 총 전력수요의 1/3을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불가피하게, 아일랜드 전력규제위원회(Ireland’s Commission for Regulation of Utilities)는 이미 추진 중이거나 신규 설립될 데이터센터의 전력계통 연결 신청에 적용되는 규제방안을 2021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 전력 시스템 제약 지역 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제한한다. 둘째, 데이터센터는 수요에 상응해 자체적 발전 또는 저장이 가능해야 한다. 셋째, 전력 시스템 운영자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센터는 유연성 있게 수요를 조정해야 한다. 유럽연합의 ‘에너지효율에 관한 지침 제 2023/1791호’는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소비량을 주시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성능, 물 소비, 수요 유연성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개를 의무화할 것을 제안한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은 비교적 저렴한 전기요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해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자들을 비수도권 지역으로 유인한다. 그러나 수도권의 문제를 비수도권으로 옮겨 놓을 뿐이다. 수도권 밖으로 데이터센터가 옮겨진다 하더라도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던 데이터센터가 갑자기 전력 소비를 줄일 수는 없다. 「전기사업법」이나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전력계통영향평가에 대한 촘촘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은 지방 분산화가 아니라 과도한 증설을 제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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