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내가 느낀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면, 영화 ‘이오 카피타노’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2회 수상’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신작 영화, 오는 8월 7일 개봉

영화 '이오 카피타노' ⓒ스틸컷 이미지

영화를 보고 뭔가를 느끼는 경우,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영화가 주는 분위기나 템포가 쉽게 휘발되어 영화 종료 후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다. 두 번째는 딱딱한 조개 속에 품은 은빛 진주처럼 마음 속에 강렬한 어떤 것이 세포처럼 내려 앉는 경우다. 영화 '이오 카피타노'는 단연 후자다.

'이오 카피타노'는 가수를 꿈꾸는 세네갈 10대 소년 세이두가 사촌 무사와 함께 유럽행 밀입국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영화 후반부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도착한 거야? 이탈리아 맞겠지? 5시간 밖에 안 걸렸어. 그런데 아직도 해변이 안 보여. 육지가 안 보이잖아. 도시도 육지도 안 보이고 불빛만 있는데 뒤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알아?" 어쩌다 배의 키를 잡고 밀입국자들의 선장이 된 세이두는 저 멀리 영롱이는 불빛이 이탈리아인지 아닌지 헷갈려 하며 사촌 무사에게 묻는다.

세이두의 대사처럼 영화는 2시간이라는 상영 시간 내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무한의 공포, 두려움, 불확실함, 폭력, 협박, 갈취 등으로 관객의 입을 틀어막는다. 관객은 '세이두와 무사는 반드시 이탈리아로 갈 수 있을 거야'라고 믿지만, 마음 한 구석엔 나침반 하나에 의지해 지중해에 떠있는 세이두의 마음 상태와 비슷하다.

영화 '이오 카피타노' ⓒ스틸컷 이미지

영화의 굵은 물줄기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꿈과 그 꿈을 짓밟는 혹독한 현실의 충돌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과 지중해를 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협박하고 이용하고 갈취하고 상처 입히는 사람들도 있다.

소년들의 꿈과 잔인한 현실이 일으키는 충돌은 인권 유린의 현장을 목도하게 만든다. 가령, 이탈리아로 떠나려 했던 세이두와 무사는 세네갈 수도 다카르를 벗어나자마자 위기에 부딪힌다. 여권을 검사하던 사람들에게 가짜 여권에 눈을 감아주는 대신 50달러를 달라는 협박을 듣게 된다. 또한 사람들을 과반수로 채운 트럭은 사막을 질주하다가 누군가가 떨어졌는데도 그냥 두고 달린다. 겁먹은 아기들의 눈동자, 허망한 어른들의 눈빛. 영화 속 현장은 삶이 아니라 지옥을 그린다. 또한, 더이상 걸을 수 없다며 애원하는 여성도 사막에 방치된다. 사람들은 리비아 사바에서도 리비아 마피아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학대·고문당한다.

영화 '이오 카피타노' ⓒ스틸컷 이미지

꿈과 현실의 충돌이 비단 이런 현실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빛나는 순간들도 포착해 내며 가슴을 울린다. 세이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나 내적 갈등을 일으킬 때 등장하는 환상들은 스크린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무엇보다 난무하는 인권 유린 틈새로 균열을 일으키며 삐져나오는 세이두의 말과 행동은 영화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내가 느낀 것을 우리가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고, 주인공 세이두를 맡은 배우 세이두 사르는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또한, '이오 카피타노'는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등을 비롯해 각종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무려 26관왕을 차지했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영화 '고모라'(2008)로 제6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영화 '리얼리티:꿈의 미로'(2012)로 제6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이다. '이오 카피타노'는 '나는 캡틴이다'라는 의미로, 작품은 오는 8월 7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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