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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란 대통령 취임일에 하마스 수장 암살한 이스라엘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31일(현지시간) 암살됐다. 하니예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였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그의 거처를 표적으로 한 미사일 공격을 받아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암살자로 지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자행한 극악무도한 범죄", "범죄적이고 비겁한 시온주의 정권의 암실은 가자지구 전쟁의 완전한 실패를 덮으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도 "하니예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악랄한 테러리스트 범죄이며 법과 이상적 가치들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당사자인 하마스가 "우리는 어떤 대가도 치를 각오가 됐다"고 밝힌 것은 물론이다.

이스라엘은 하니예 암살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NCND). 그러나 사건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지난 며칠 동안 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타국의 국경을 침범하는 군사작전인 만큼 직접적으로 이를 시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는 국내외에서 가자전쟁을 끝내라는 압박을 받아왔다며 "그때에도 그러한 목소리에 굴복하지 않았고 지금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교전 당사자도 아닌 이란 수도에서, 그것도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사절을 상대로 암살 공격을 감행한 것은 이란의 주권을 침해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난폭한 테러 행위다. 미국과 EU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반대와 규탄의 목소리를 발표했다. 중립적 위치를 고수해 온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한쪽이 다른 쪽의 협상 상대를 암살하면 어떻게 중재가 성공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고, 이집트 외무부도 "이스라엘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마스 수장에 대한 암살은 네타냐후 정부가 가자에서의 휴전을 거부하고 역내에서 전쟁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말로만' 휴전을 종용해 온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궁지에 몰렸다. 네타냐후로서는 이스라엘 문제에 극단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을 기다리고, 국내에서 높아지고 있는 반정부 여론을 확전을 통해 잠재우겠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도발은 이 지역 분쟁의 근본 원인이었다. 네타냐후와 바이든은 하니예 암살 이후 벌어질 더 커다란 폭력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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