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취임식 6시간 만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회에서 활동할 여권 몫 이사진 선임을 강행한 가운데, 새로 임명된 이사들의 면면을 두고 “적폐들의 집합”(언론노조 MBC본부), “부적격 인물”(언론노조 KBS본부)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MBC 또는 KBS에 재직하며 경영 문제, 노조 탄압 문제 등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인사들이 포함되는가 하면, 국민의힘에서 활동한 정치인 출신, 검사 출신, 보수 언론단체 출신 등도 공영방송 신임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이 위원장은 3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 뒤 곧장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해 방통위 전체회의를 소집, 방문진과 KBS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안건 사전 공지 등 절차도 생략한 채 윤 대통령이 추천한 김태규 상임위원과 함께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속전속결로 의결을 진행했다.
오는 8월 12일 임기가 종료되는 방문진 이사 9명 중에서는 6명을 우선 임명했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윤길용 방심위 특별위원은 김재철 사장 시절 MBC에서 시사교양국장으로 있으며 최승호·한학수 PD 등을 부당 전보해 ‘PD 수첩’ 무력화와 노조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이우용 언론중재위원은 김재철 사장 때 MBC 라디오본부장으로 재직하며 당시 라디오 진행자이던 김미화 씨 하차와 김종배 시사평론가 경질 등을 주도해 MBC PD협회 만장일치로 제명된 바 있다.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를 지낸 허익범 변호사는 방문진 이사장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무영 변호사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출신이다.
김동률 교수와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성명을 내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손정미 위원, 신문에 김건희 여사를 옹호하는 기고를 썼던 김동률 교수 등 편향적이기로는 초록이 동색인 인물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오는 8월 31일 임기를 마치는 KBS 이사진에 대한 교체도 강행했는데, 이사 11명 중 7명을 윤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KBS 이사는 방송법에 따라 방통위 추천 뒤,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거친다.
윤 대통령은 방통위에서 추천안이 넘어온 당일(31일) 7인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권순범 현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현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심위 상임위원 등이 임명됐다.
이 가운데 연임된 서기석 이사장과 권순범 이사는 언론노조 KBS본부로부터 “KBS 파괴를 자행하는 낙하산 박민 체제 탄생의 일등 공신”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들이다.
허엽 영상물등급위 부위원장은 동아일보 상무 출신으로, 보수성향 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 사무총장을 지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허 부위원장은 이사 지원서에 “KBS 사장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정확하고 과감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적었다.
황성욱 방심위 상임위원은 방심위에서 법인카드 부정 사용, 근태 논란 등이 있었던 인물이다. 이인철 변호사는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추천 몫으로 방문진 이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아울러 언론노조 KBS본부는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에 대해 “KBS 부사장 시절 '길환영 사장의 아바타'로 불리면서 공정방송위 파행을 이끌었고, 파업 때는 ‘6시 내 고향’ MC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려 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에 관해서는 “여당 측에서 활동을 해온 인물이면서 이사 지원서가 너무나 부실해 어떻게 KBS 이사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