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역병이 창궐하는 것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고용시장도 무너지는 중이다. 자영업자 폐업 쓰나미와 치솟는 연체율을 보면 내수의 바로미터 할 자영업 시장은 붕괴 중이다. 성장도, 고용도, 자영업 시장도 무너져 내리는데 주택담보대출이 중핵인 가계대출 증가세는 폭증 중이다. 국민경제가 와해되는 마당에 윤석열 정부와 레거시 미디어 그리고 적지 않은 시장참여자들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환호작약하며 다른 건 안중에도 없다. 집을 떠받치는 기둥이 무너지는 마당인데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투기에 골몰하고 있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뉴시스
2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대한민국, 고용도 빠르게 나빠져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이어진 플러스(+) 성장 기조가 깨졌다. 심지어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3%로 실질 GDP 성장률(-0.2%)보다도 낮았다.
한은은 기저효과 운운하는 소리를 하는 모양이지만 무역수지, 민간소비, 투자 등 국민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역성장을 한 건 윤석열 정부 이후 저질 체력으로 전락한 한국경제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고용도 사정이 심각하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311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00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19년 2월(-1만 4000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규모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대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대한민국 고용시장을 지탱하는 중소기업도 사정이 나쁜 건 마찬가지다. 지난달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2579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만 명 증가에 그쳤다. 한편 중소기업 취업자가 줄어든 데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많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고용시장도 얼어붙고 있는데, 고용 시장이 얼어붙는다는 것은 투자와 소비가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에 녹아내리는 빙하 신세와도 같은 자영업시장
민간소비의 바로미터라 할 자영업자들은 지옥의 불구덩이를 행군 중이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전년(86만7292명) 대비 13.7% 증가했다. 증가폭은 11만 9195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폐업 사유를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 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지난해 폐업률은 9.0%로 2016년(11.7%) 이후 줄곧 하락하다 8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폐업자가 폭증하는 마당에 연체율이 양호할 리 만무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비(非)은행, 이른바 2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4.18%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3.16%)와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1.02%포인트(p) 뛰었고, 2015년 2분기(4.25%)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1년 전인 2023년 1분기(2.54%)보다는 1.64%p나 높다. 특히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9.96%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몰리는 만큼 여러 곳에서 돈을 끌어 쓴 다중채무자의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분기 현재 자영업자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178만3천명)는 57%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2019년 4분기(57.3%)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고 비율이다.
자영업 폐업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다중채무자 비율과 연체율도 수직으로 치솟는 등 자영업 시장은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3.19 ⓒ뉴스1
아파트 사려고 내는 가계대출은 폭주기관차처럼 폭주 중
국민경제의 근간이 무너져 내리는 마당인데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폭증 중이다.
은행 가계대출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20조 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빚 증가 속도가 무려 5배로 빨라진 셈이다. 특히 주담대가 26조5000억 원이나 폭증하며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폭증했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자금 공급(디딤돌·버팀목 대출 및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을 완화)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연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성장과 내수가 붕괴되고 있는데 서울 아파트값만 독야청청할 수 있을까?
성장률이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소득이 빠르게 늘며, 고용이 탄탄하고, 민간소비가 증가하는 조건에서 우량자산으로 간주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들이 전부 흔들거리는 와중이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값만 들썩이고 그걸 사겠다고 내는 빚의 규모가 천문학적이라는 건 누가 봐도 병리적이다.
서울 아파트값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레거시 미디어와 뇌동매매자들을 보고 있으면 집을 지탱하는 기둥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투기에만 골몰하는 투기꾼의 모습이 겹친다.